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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Sep 25. 2021

걷는다는 일

  동안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 돌이켜 보니 검은 안경 쓰고 발버둥을 치는 걸 열심이라 착각했다. 돈을 벌고 전문성을 쌓으면 뭔가 선명히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개 인양 발을 내딛기 조심스러웠던   해째였다.


요즘 스스로 삶에 대해 떳떳하지 못했고 원인 모를 자괴감과 피폐함만 속에 한동안 지내던 . 무엇인가 삶에서 나를 태초의 무엇으로 당기는 느낌도 있었지만, 다시 어둠 속으로 이끌려서 허우적대기를  , 해가 바뀌고 그랬다.  속에서 빠져나온다는  어려웠다.


최근에 무슨 연유인지 정신을 차린 느낌이다. 느낌.

아침시간과 저녁시간을 귀하게 길 무렵. 너튜브와 티브이 대신에 묵은 짐을 치운다는 명목으로 내 든 낡은 박스. 20다이어리를 ,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들고. 그 중에는 선생님의 편지도 있고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분의 편지도 있었다.


어릴 때 누군가를 추종하고 잊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분의 방송을 통해 여전한 그 분의 삶의 모습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추종은 내가 추구하고자 했던 어떤 지점과 맞닿아 는 것이다. 그때의 내게 사라졌던 것이 무엇이고 잃어버린 길은 어디이며 걷히지 않는 안개의 근원도 짐작하게 된다.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현실에 순응한다는 명목 하에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나를 깎고 벼랑으로 세우다 보니 좌절하고 포기하는 시간들로 점철되어 있던 건 아니었나. 그동안 나도 모르게 홀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무기력했는데 아무래도 꿈이 사라졌기 때문이었구나.


꿈을 찾아 다른 세계로 들어와서 꿈을 잃어버리고 휩쓸려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풍요  꿈의 부재는 안개인 것이다.


알게 되면 보이는데, 보이는 것이 이전과 같지 않은  정말이구나. 뿌옇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다른 이들의 삶에서 벗어나  삶의 길을 찾아 나선다.


목이 마르지 않는 샘이 이것이구나.

삶을 마주할 준비를 다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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