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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Feb 01. 2024

자아유예


그랬다.

원인 모를 아픔에 뒤척이며 밤을 세우기를 몇 해.

서울 밤하늘에서는 달과 별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꽤 오랜 시간 차 오르고 저무는 것을 보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럴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 덮고 살아가길 몇 해.

서울 거리에서 보이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보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멀어짐.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끝난 줄 알았는데 가끔은 꿈에도 나타나는 그 때의 내 모습. 꿈에서 깨어 슬퍼진 밤하늘을 보고 괜찮지 않은 나를 내려다 본다.


그렇다.

어느 것 하나도 잊혀지는 것은 없었다. 큰 아픔이든 작은 아픔이든 내 어딘가에는 어느 구석에는 생생히 살아 있다. 상처들은 매월 달이 차고 기울 때마다 함께 숨쉬고 있다.


거짓 고단함으로 잠을 청하면서 더 어두워진 밤 하늘을 눈 감아 밀어내려 한다. 보이는 현실에서는 차마 끊어내지 못했던 미련을 꿈에서나마 지운다.


아직 한참 남았을 거다. 저릿한 분노와 실망의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는 이 거리에서 혼자가 되었구나. 지치지 말라는 말도 쉬라는 말도 이해가 안 되는 무중력 같은 지금이 언제 깨질까 하염없이 그렇게.


밤 거리 어디선가 한참을 웃고 돌아오면 언제나 그렇듯 청아한 어둠이 나를 기다린다. 멀리 반짝이는 파란 빛 기둥을 오롯이 마주하며 시멘트 같은 내 모습을 내밀어 본다.


한참을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결승 지점이 사라진 것인지 너무 멀어진 것인지. 모든 걸 잃은 것인지 모든 걸 가진 것인지. 녹아 내리는 것인지 얼아 붙고 있는 것인지 모를 슬픔은 언제까지일지. 끊임 없는 물음이 아쉽게나마 정적을 메꾼다.


아주 오래전 느꼈던 그 햇살을. 마음이 두근댔던 반짝였던 그 별빛을.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그 따스함들이 이제는 나에게 더 이상 잡히지 않는 꿈이 된 것일까


아마도 나는 다시 내가 될 수 없단 걸 이미 알았지만 지금의 나는 슬퍼 보일 거 같아서, 나의 세상을 돌계단 틈 사이에 접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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