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 완전히 다른 반응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종종 마주하는 상황이 있다. 사업팀에서는 타이트한 일정에 큰 규모의 기능을 요구하고, 개발팀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그 사이에서 기획자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나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사업팀에서 무리한 일정에 큰 피처를 원했고, 기간 내에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는 어렵지만 핵심 기능은 구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제안을 해야 했다.
그런데 사업팀의 반응은 예상보다 감정적이었다. "이미 고객 문의가 너무 많은데, 여기서 더 기능을 줄이겠다는 건가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무리한 일정을 정한 건 내가 아닌데, 왜 나에게 감정을 표출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사업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특정 팀이 병목과 문제의 원인 제공자처럼 취급받아야 할까?
(※참고: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일정을 산정하는건 PM 또는 기획자의 역할이지만, 문제가된 이 프로젝트의 경우 배포 일정이 CEO와 사업 팀으로부터 확정된 채 넘어왔다.)
이런 고민을 팀장님께 털어놓았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 저도 모르게 표정 관리가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팀장님의 조언은 명쾌했다:
"이런류의 이야기를 할 때는 '줄이자'보다는 '제안'하는 느낌으로 접근해보세요. 예를 들어 '1차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 사용자들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 2차에서 사용 패턴에 따라 추가 기능을 반영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요."
또한 함께 덧붙여진 조언은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기획자에게는 이런 순간이 자주 올 텐데, 어찌 보면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제안하고 조율하는 역할이니까요. 감정을 흘려보내면서도,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조정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드백을 곱씹어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기획자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일정 조율과 커뮤니케이션 조정이다. 각 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이때 기획자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감정에서 벗어나 올바른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사업팀과의 소통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들이 직면한 고객의 목소리와 압박감을 이해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정리한 소통 방식은 '제안'과 '방향 제시'이다.
Before:
"이 기간에는 모든 기능을 다 만들기 어려우니 일부 기능을 줄여야 합니다."
After:
"고객 문의를 줄이기 위한 제안이 있어요. 1차로 가장 빈번한 문의 유형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을 먼저 배포하고, 2차에서 사용 패턴을 보면서 추가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요?"
같은 내용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제안'과 '방향 제시'라는 긍정적 프레이밍이 상대방의 감정을 다독이고, 기획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기획자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직군이다. 기술적 역량만큼이나 소통 역량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올 때마다 이 원칙을 기억하려고 한다:
문제를 지적하지 말고, 해결책을 제안하자.
제약을 말하지 말고, 가능성을 이야기하자.
그것이 진정한 기획자의 소통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