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시인의 눈물
강인한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생 때 교수님 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그분은 다음 카페 <푸른 시의 방>을 <좋은 시 읽기>라는 코너와 자신의 시를 꾸준히 올리신다. 나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좋다. 그래서 아침 7시에 연 카페들을 좋아한다. 보통 대학로나 회사 근처 카페는 일찍 연다. 그리고 건너편 아파트의 어느 직장인도 아침 6시에 불을 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시의 본문을 덜 인용하며 글을 써볼 예정이다. 나는 조금 많이 설렌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내 행복이니까.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번 화의 주제는 '눈물'이다. 눈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아빠 친구가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일 적 가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집 아이들도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다. 그때 난 슬펐다. 그 집에 한 아이를 짝사랑한 탓에. 그래서 그런 감정을 라디오에 사연 보내서 당첨된 추억이 있다.
최근 아빠 친구가 또 돌아가셨다. 나도 아는 사람이라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빠를 바라보게 되었다.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문제가 더 겁나게 되더라. 그리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시간은 유한하지 않음을.
나의 낙서는 되게 무궁무진하더라. 난 저 파란 머리가 눈물처럼 느껴져서 이 낙서를 골랐다. 난 지금 차분하고 정돈된 이 바이브가 되게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가 쓴 글들을 지금 돌아보는 중인데 그것도 행복하다.
당신의 슬픔에는 바퀴가 달려있지.
당신의 슬픔이 내 얼굴을
건너갈 때
나는 그 바퀴를 본 일이 있다. 1)
강인한 시인의 시 눈물은 그렇게 길지 않다. 그러다 단어가 되게 정갈하고 예쁘다. 언뜻 대충 보면 내 스타일 아닌 줄 알았는데 정확한 내 스타일이다. 나태주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 있나 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서사가 있고 은유적 표현이 많은 색채가 강한 시를 좋아한다. 그래서 짧은 시에 대한 편견이 있는 편이다. 되게 추상적이고 함축적이며 내용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방금처럼 짧은 시지만 유명하면 인용하기가 아주 편하다. 왜냐하면 외우기 짧으니까.
슬픔에도 바퀴가 달려있지, 공감한다. 슬픔은 전염되고 그것은 바퀴가 달려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실 적에도 아빠의 눈물 속에서 우리 모두 슬픔의 바퀴에 올라타야 했다. 나는 그때 친할머니에게 감정적 유대 관계는 없었지만 '더는 전화하라고 잔소리하지 않는 아빠'와 '사라져 버린 친할머니의 집전화'가 너무 서글프게 느껴진 적이 있다. 내가 가고 싶어도 도달할 수 없는 장소가 있구나, 그때 깨달았다.
(중략)
안개처럼 헤맬 때
나는 그 파란 돛을 본 일이 있다. 1)
나는 이 구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구절을 책갈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때 내 꿈은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자.'였다. 되게 추상적이지만 낯가림이 심해 발표공포증이 있던 나의 꿈으로는 적당했다.
여기서 화자는 자꾸 뭘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바퀴도 보았고, 파란 돛도 보았다. 나는 이런 점이 좋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들. 아주 구체적이지 않지만 눈에 보일 수 있는 말들이며 앞과 유사하다는 점. 나는 시인의 연출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 시를 조용히 어느 장소에서 암송한다면 그 또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돛은 과연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그래도 안갯속에서 헤맬 때 보던 돛이니 긍정적일까. 아니면 파랗기 때문에 부정적일까. 난 긍정으로 해석하련다. 실체가 없던 상황 속에서 실체를 만난 것이니까. 저것이 눈물 아닐까 싶기도 한다.
밝은 데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당신 속눈썹에 맺힌
은빛
바이브레이션. 1)
슬픔은 '밝은 데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시인의 은유처럼 '당신 속눈썹에 맺힌, 은빛, 바이브레이션'과도 닮아있다, 슬픔은. 시 속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나도 나오고 당신도 나온다. 연인 관계일까 아니면 지인일까. 사실 이들이 어떠한 관계이든 난 그날 밤이 떠오른다.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고, 또 그 사람의 아픔이 걱정되어서 잠 못 이룬 밤, 라디오의 목소리 예쁜 언니에게 내 마음을 전한 그날.
난 강인한 시인의 눈물을 보며 감탄했다. 어쩌면 저렇게 단어를 잘 골랐지, 어떻게 저렇게 잘 썰려진 예쁜 조각 케이크 같을까. 작다고 아름답지 않다는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진짜 이 글을 쓰면서 시인에 대한 감탄으로 연발하였다. 이래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작가는 아무나 못해.
진짜 되게 짧다. 사진이라도 뭐 추가하고 싶다. 근데 짧은 대로 함축적이고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양도 좋지만 질로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이번에 시를 인용할 때 내가 좋아하는 구절만 발췌하자가 목표였다. 근데 강인한 시인의 눈물은 되게 다 좋아하는 구절이며 또 짧아서 거의 전문이 다 온 느낌이다. 사실 마지막 연도 통으로 책갈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시의 구절을 가져다가 책갈피로 만들어 시화전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니까 추억이 되어 저 은빛 바이브레이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 있다. 이십 년 후의 나는 오늘을 추억할지도 모르겠다.
<출처>
1) 다음 카페, 푸른 시의 방, 강인한, 주소(https://cafe.daum.net/poemory/FwJa/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