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쿠엔카 온천마을 바뇨스에서
나는 홀로 온천, 사우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묵어둔 피로가 풀리고, 혼자 공상을 하거나 미뤄둔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사우나만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일상과 소음으로부터 분리된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 중에도 온천을 즐길 기회가 있으면 쉽게 놓치지 않는 편이었다. 에콰도르 남부에 위치한 쿠엔카 여행 중, 온천 마을에 가기 위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 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으며 도로도 텅텅 비어있는 상황. 영문을 모를 고요함에 10분 정도 멍하니 기다렸을까. 정류장으로 걸어오는 현지인 아저씨 한 분이 보였다.
혹시 어디 가시는 길이냐며, 버스가 언제쯤 오는지 아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자신도 온천에 가는 길인데 오늘이 에콰도르 국경일이자 카니발 연휴 기간이라 시내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것 같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함께 택시를 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반대편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저기 산 꼭대기에 패러글라이더 보이지? 그곳이 내 직장이야."
아저씨는 쿠엔카란 도시 근교의 산 정상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액티비티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주 6일을 일하고 오늘 일요일 단 하루 쉬는 날인데, 그 날 아침에 온천에 가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자 인생의 낙이었다. 사실 현지인들에게 택시를 타는 것은 금전적으로 큰 부담일 수도 있음에도 스스럼없었다.
아저씨에게 온천에 가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행복과는 바꿀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현재의 행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함께 이동했고, 택시비용까지 혼자 내시려던 것을 간신히 말렸던 경험이 있다.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 패러글라이딩 아저씨처럼, 누군가가 매주 기다리는 현재의 소소한 행복이 있다.
미래의 행복을 현재의 행복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과거 혹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살고 싶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들을 찾아 나가고 싶다.
나아가 현재의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신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The Last Dance"에서는 이런 대사가 담긴다.
"Michael Jordan's gift was that he was completely present."
(마이클 조던의 재능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살았다는 것이죠.)
매 경기마다 집중했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했다.
언론과의 인터뷰, 외부활동에도 성실하게 임했던 자세,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살았다는 것이 곧 그의 재능이었다.
이처럼 많은 것을 바라고 계획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며,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