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담홍 Jun 14. 2023

우리 별 보러 갈래?

4학년 6월,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과 동시에 친구 8명과 우리들만의 M·T를 가기로 했다. 

M·T 가기 전날 모여서 장 볼 목록을 상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연이었을까? 친구들과 시간이 안 맞아 다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기리와 나만 약속 장소에 나오게 되었다. 둘이 M.T 계획을 짰다. 


당시 서로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기리는 동아리 회장이었고, 나는 동아리 재무였다. 툭하면 M·T 계획을 짜던 우리는 장 볼 목록 금방 뽑았다. 그리고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참 어색했다. 단둘이 처음으로 앉아서 밥을 먹은 날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나 네이트 온으로 채팅할 때 느끼지 못했던 어색한 기류 흘렀다. 그날 기리는 나에게 몹시 다정다감했다. 수저를 놓아주고, 다리 편하게 뻗으라며 자리를 비켜 앉고, 힘들진 않니, 다리는 안 아프니 하고 계속 물어보고 나를 살폈다. 내가 배에만 손을 올려도 ‘배 아파?’하고 물으며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그게 싫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늘 사랑에 목말라 있던 나는 마음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먹고 맥주를 한 캔씩 사들고 공원 언덕으로 올라갔다. 큰 바위 위에 앉아 맥주캔을 짠!

역시, 우리의 연애에는 술이 빠져서는 안 된다. 매일 같이 술술술...

그리고 무언가의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았던 거 같다. 그날 기억은 여기서 끝인데, 둘이 있는 게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이 참 좋았던 거 같다. 초저녁에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린 아침 일찍 만나서 장을 보고 주천 계곡으로 떠났다.

도착해서 신나게 물놀이하고,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족대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였다.

그때 난 처음으로 족대로 물고기를 잡아 보았다. 물고기 몰이하는 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이 날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지금도 여름에 계곡으로 놀러 갈 때면 아이들과  꼭  한 번씩 족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논다.



그때도 요리 잘하던 기리는  물고기로 민물 매운탕을 끓였다. 수제비까지 동동 띄워가며 실력 발휘를 했다. 맛이 정말 일품!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빠질 수 없는 술. 술이 술술술~~ 술~~ 넘어갔다. 모닥불 피워 불멍도 하면서~ 안주 떨어지면 감자와 고구마도 구워 먹고~



그렇게 먹다 졸린 친구들은 먼저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친구들이 거의 다 자러 갔을 때쯤, 기리는 나에게 “우리 별 보러 갈래?”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뚝 튀어나온 눈치 없는 친구 H. “나도 같이 가자.” 더 눈치 없던 나는 “그래, 그러자!”

그때 짧았지만 당혹스러워하던 기리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 잔머리 대마왕 기리는 친구 H를 어찌어찌 따돌리고 나를 데리고 별을 보러 가는 데 성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 손 때문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