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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1. 2023

다 손 때문이야!

<첫 시작>

대학교 3학년 때, 마음 맞는 친구들 서너 명이랑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먹으러 다녔다. 그 서너 명의 아이 중 S와 굉장히 친했다. 다른 여자 친구들보다도 친하게 지냈고, 서로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했다. S가 군대 갔을 때 편지를 애인마냥 많이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써서 보냈을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으니 동아리활동 근황과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써서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S는 아직도 이야기한다. 군대 있을 때 편지 보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S가 제대하고 우리는 또 술을 열심히 마시기 시작했다.

 

S 생일날 친구 여럿이 모여 술을 마셨다. 그때 S의 친구 기리를 처음 보았다. 둘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친구로 지낸, 불알친구 사이라고 나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기리는 삐쩍 마른 몸에 귀를 살짝 덮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조금 느끼하게 다가왔지만 웃는 모습이 참 선했다. 그 이후 기리와 한 두 번 만나 술을 마시면서 친해졌고, 네이트 온 메신저에서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했다.


3학년 겨울. Y가 제대를 했다. 기리, 쌩, Y와 술 한잔 먹고, 공원에서 느닷없이 눈싸움을 했다. 기리는 나에게 눈을 갖다 퍼부었다. 굉장히 짓궂게... 차가운 눈을 막 목덜미 뒤로 넣는... 자꾸 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참 재미있게 놀았다. 그 이후로도 우린 상항 수업이 끝나면 건 수를 만들어 놀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4학년 때 나는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교생실습을 나간 곳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그 덕에 난 교생실습생 대표가 되었다. 감투를 쓰는 게 나의 성향에 맞지 않아 무지 힘들었다. 어디 가도 일복이 많던 나는 교생 실습 나가서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나날이었다. 4주 중 3주를 담당 선생님이 하던 수업을 다 맡아서 했다. 수업은 2, 3학년, 담임 반은 1학년. 결국 난 1, 2, 3학년 교실을 다 들어갔다. 교생 중 내가 수업 시수가 제일 많았다. 정말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나는 그때 누군가에게 나의 힘듦을 털어놓고 싶었다. 늦은 시간 네이트 온에 접속하면 기리가 있어고, 기리는 나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실습 기간 중 담임 반이었던 1학년 담임 샘이 나에게 맥주를 한 잔 마시자고 했다. 나는 가벼운 생각으로 응했다. 그때 그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암튼 그날 기리는 나에게 계속 연락을 했다. '어디에서 술 먹어? 집에 언제 들어가? 괜찮니?' 하면서 문자를 계속 보냈다. 나는 그때, 내 앞에 있던 담임 샘보다 문자를 보내오는 기리한테 관심이 더 가고 있었던 것 같다.  


교생 실습이 끝나고 S와 기리, 그 외 친구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술이 술술술 들어가는 시간. 술집에서 에어컨을 얼마나 세계 틀었는지 나는 추워서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던 기리를 살포시 손을 잡았다. ‘얘 뭐야?’ 하면서도 내 손을 잡은 기리의 손을 그냥 잡고 있었다.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너무 좋았다.


그게 문제였다. 지금까지 잡았던 손 중에서 제일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친구들도 다 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냥 묵묵히 기리의 손을 잡고 있었다. 무슨 용기였나 싶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우리가 손잡고 있는 거에 대해서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자 않았다는 거다. 그것도 지나고 보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 다음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손부터 보았다. 손에 아직도 기리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이래서 스킨십 함부로 하는 게 아닌 거구나!’를 그날 느꼈다. 한동안 그 손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날이 많았다. 



지금도 난 우리 기리 손이 참 좋다. 아이 둘 낳고, 나이 마흔이 넘었음에도 신랑 손 꼭 잡고 다닌다. 잘 때도 꼭 손을 꼭 잡고 잔다는... ㅎㅎㅎㅎ



그래서 기리한테 화나는 일이 생기면 기리에게 외친다.

"왜 내 손을 잡은 거야!! 왜!!! 다 손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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