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홍천으로 차박을 갔다. 내가 예전 같았으면 이럴 수 있었을까? 예전에 참 옹졸했던 나이다. 남편이 출장을 가는 것도 못마땅했다. 툭하면 가는 출장. 그것도 일주일은 그냥 기본이었다. 혼자 독박육아 고공행진 속에 아등바등하는 내 삶에 지쳐 남편이 출장 가서 힘들 거라는 생각보다 또 나한테 모두 떠맡기고 떠났다고만 생각했다. 남편의 인스타에 올라온 해외출장 가서 찍은 음식 사진들은 나와 다른 세계 속에 사는 사람 같았다. 나는 철저히 아이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데 남편의 sns 속에는 누가 봐도 솔로였다. 너무나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내 삶을 포기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해 놓고도 떠밀려서 어쩔 수 없어 선택했다고 나의 자유의지 같은 건 그 어디에도 없다고 여겼다. 그런 생각 속에 갇혀서 스스로 힘들게 했다. 그러니 남편이 무엇을 하든 무엇이 예뻐 보였을까. 그 사람도 성장하는 중이었다. 회사 중간 위치에서 힘든 상황을 겪는 중이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 와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나날이었을 것이다.
재작년부터 즘인가... 마흔에 접어들때 쯤 남편은 자주 자기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산적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참 짠했다. 나라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박탈감까지 드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단지 책을 충분히 읽는 것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쯤부터는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서 읽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씩 알쯤이었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보였다. 하고 싶은 거 하라며 두 해 연속으로 손에 약간의 돈을 쥐여주었다.
올해 들어서는 자꾸 쉬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 쉬고 싶지. 지금까지 한 번 쉬지도 않고 회사에 다녔으니깐. 거기다가 회사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있다. 계약서를 썼어야 하는데... 도장을 찍지 않은 약속은 무효가 되기 쉽다는 걸 또다시 느낀다. 그러니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 배신감을 느낄 터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리해서 휴가를 쭉 썼다. 분명 해외 건으로 한 참 일이 바빠 보이는 시점인데 자기도 살아야겠나 보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분명 옆에 남편이 있으면 내가 이것저것 바랄 테니깐. 처음에는 어머니한테 가서 엄마 밥 먹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거리가 있어서 인지 무엇 때문인지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럼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다녀오라고 했다. 내가 옆에서챙겨주고 싶지만 내가 그렇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기에... 연휴 내내 붙어있었는데 또 붙어있긴 살짝 버겁기도 했다. 남편이 혼자 하는 차박에 로망에 있던 터라 차박을 다녀오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소를 물색해서 차박 갈 준비를 했다.
차박 할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비록 비가 와서 불멍을 포기해야 하지만 (나무 장작이 비 맞아서 다 젖었단다) 나름에 운치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 꼭 같이 가자는 이사람. 고맙네. 혼자 편하게 생각하는 시간 갖고 돌아오길. 늘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던 사람. 가끔 이렇게 종종 다녀왔으면 좋겠다. 나도 종종 혼자 두길...바라면서;;
아이들이 크고, 내 삶이 편해지니 남편의 생활이 보이고 그도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