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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Oct 31. 2023

카톡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불안하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오늘 오전 10시 카톡이 울린다.

'쨍그랑'이면 회사 사장님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다.


회사 카톡 알림음은 '쨍그랑'으로 해놨다. 이유는 '돈' 들어온다는 의미, 그러니 기분 좋게 일하자는 마음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쨍그랑'하고 울릴 때마다 내 마음은 '철렁' 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 시간이라고 정해 놓고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이 9시부터 6시까지 쭉 있는 건 아니다. 있을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종종 야근과 주말 근무도 있다. 규칙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상항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회사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직장인은 이 시간에 묶여있다.) 일이 없을지 있을지 알 수 없다. 항상 대기 상태. 그래서 일이 없을 때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이 없을 때는 언제 카톡 알람이 올지 몰라 불안하고, 일이 있을 때는 카톡 메시지를 계속 주고받아야 해서 불안하다.


이 불안은 4년째 지속되고 있다. 회사에서 처음에 근무 기간을 1~2년 정도 생각한다고 했었다.  1년 정도 일용직으로 등록되었다. 그러다 1년 정도 지나갈 때쯤 정직원으로 올라갔다. 사실 일용직과 정직원의 차이가 나에겐 의미가 없다. 회사에서 건설기술인 경력이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채워줬을 뿐이다.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는 아이들을 보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기뻤고, 감사했다. 그러니 4년이 지난 지금은 불안하다. 답답하다. 벗어나고 싶다. 월급에 묶여 하루 8시간을 꼼짝 못 하는 기분이다. 


물론 사장님에게 말하고 볼일 볼 거 있으면 볼일을 본다. 아이들이 아프면 챙길 수 있고, 학교에 행사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바쁘지 않은 이상 개인사에 꽤 후한 편이다. 그러나 1년에 연차가 몇 번이라는 확실한 수치가 없다. '퇴직금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그 하나만으로 만족스러웠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았고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가 점점 늘어나고, 사장님의 짜증도 조금씩 늘고,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월급에 큰 변화가 없다. 최저 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조금씩 올랐을 뿐.


언제 울릴지 모르는 카톡 알람음을 향해 귀를 쫑긋하고 있는 내가 싫다. 무시하고 할 일 하면 되는데, 나는 왜 불안해하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이 있든 없든 그 안에 묶여 있다는 기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요즘 고민은 월급을 지금의 절반만 받고 4시간 일하고 규칙적인 곳으로 이직해서 시간의 자유를 누릴까 아니면 지금의 불안감을 잘견디며 지내야 할까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시점에 점점 교육비가 늘어가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현재의 불안을 잘 견디어 내는 것이 더 유익하지만 내 개인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만두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낫다.


그러나 그곳이라고 꼭 마음이 편할까?


어제 딸과 대화 중 딸의 말이 떠오른다.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어." 맞는 말이다. 10살 아이도 아는 것! 그러나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다. 책 읽고 글 쓰는 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그것도 돈벌이가 되고 생계가 되면 지금처럼 행복할까? 이런 걱정보단 우선 해보고 후회해도 늦지 않은 일인데 앞서서 걱정부터 한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되는데 말이다. 나는 정말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육아 시작과 함께 직업을 계속 고민 중이다. 깊게.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직업 선택의 기준은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 기준을 조금 바꾸어도 된다. 아이들이 커가고 있고,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이제 기준을 아이에게서 나로 전환해도 마음이 편할 수 있는 타이밍이 왔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 3월이 올 때쯤이면 방향을 정할 수 있을까?


카톡 알림음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것이 빠를까? 이직하는 것이 빠를까?

아~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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