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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홍 Mar 10. 2023

양심을 버린 일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열린 책들]


p.225 우리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인다기보다는 마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내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낀 적은?


2016년도 4월,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보육실습을 나갔었다. 보육 실시 할 때, 토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어린이집 실습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집안 일과 우리 딸들 돌보는 일도 함께해야 했기 때문에 더 버겁게 느껴졌다. 그때 우리 딸들 나이 4살, 6살. 정말 엄마의 손이 많이 가도 하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에 감내하고 견디며 보육실습을 잘 마무리했다.


보육실습이 끝나고 한 달 뒤, 실습한 어린이집 원장님한테 연락이 왔다. "홍선생님 5월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그 당시 나는 보육교사 자격증이 나온 상태가 아니었다. 8월에 자격증이 나올 예정이 이었다. 그래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세 달은 기존에 다니던 선생님 그대로 올려놓고 자격증 나오면 그때부터 나를 올리면 된다고 했다. 우선 찜찜한 마음에 좀 더 생각해 보고 연락을 드린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이들 어린이집 원장님한테 전화를 해서 자격증 없이 일을 해도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다. 아이들 어린이집 원장님은 그런 경우가 종종 있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나는 놀이시터활동을 하고 있었다. 세네 명의 아이들 집을 다니면서 한 번에 2시간 정도 아이들과 책을 보고 놀이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운전을 못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이들과 만나러 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꽤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름의 일 인 사업(?). 고정수입이 보장된 게 아니었다. 맨땅의 헤딩! 카페에 글을 올려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음은 내려놓고 편하게 해야지. 아이들 어린이집 간 시간에 소일거리라고 생각하고 해야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을 할수록 고정 수입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다음 해에 두 딸을 유치원 보내려면 지금의 수입으론 불가능했다.


그러니깐 나는 실습한 곳 원장님의 전화를 받은 이후로 자격증 없이 그곳에 갈 명분을 만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양심에서 벗어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첫 출근날. 싸늘한 시선. 그 시선은 한 교실을 같이 써야 할 선생님과 바로 앞반 선생님의 시선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반감.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지냈지만 결국 끝은 좋지 않게 끝났었다.

돈에 눈이 멀어 잘 못된 선택을 했던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따가움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으므로 쪼그라들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격증이 나온 이후에도 선생님들 시선이 곱아지진 않았다. 그건 다른 이유였지만. 그건 다음에 풀어봐야지.


어린이집에서 일하기 전까지 대부분 남자들 속에서 일을 해왔던 나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따가운 시선도 세상을 살면서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했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은 늘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그럼에도 나는 그곳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잘 버텨냈다고 생각한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같이 반 선생님의 폭주가 심해져 그만두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고 잘 마무리하고 나오긴 했다.


서른. 삼십 대의 나는 그때 세상에 좀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 여자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 이거 참 어려운 일이었다. ㅋㅋㅋ



이때의 경험으로 양심을 벌이는 일은 다시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큰 배움이 있었던 시기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30대 시련이 많았던 이유는 배움에 있었던 것 같다. 삶의 경험치를 쌓고 거기서 배워나라가라~ 뭐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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