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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엣지정 Jul 22. 2022

요리 권력

요리에 숨어있는 심리

가족 구성원들이 엄마나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훨씬 다양하고 맛난 들을 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여자는 남편이나 자식에게 휘두를 힘급격히 약해진다. 아이들은 일단 교육기관에 들어가면 급식을 거나 패스트푸드를 맛보게 되며, 그것들은 엄마의 것보다 훨씬 혀끝을 즐겁게 한다. 1인 가족 등 핵가족화와 펜데믹은 온갖 매체들을 통해 각종 레시피를 뿜어내며 남자들도 스스로 해 먹거나 요리취미갖기에 충분한 환경을 만들었고 요리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 게 되었다. 거기다 지금 배달음식의 천국이다.

바깥 음식집에서 하는 음식 더 흥미를 잃게 한다. 설령 요리 솜씨가 있다 해도 바깥 음식 맛을 기란 어렵다.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음식에 비해 소량으로 맛을 내는 건  어려우며, 바깥 음식의 비법이라는 것을 집에서  주부도 없다. 집에서 해 먹는 거보다 사 먹는 게 오히려 싸고  한 가지 음식을 여러 번 재탕해 먹는 것도 불가능하다.


점심을 먹기로 한 지인이 당일 오전에 문자가 왔다. 긴 문자의 요지는 점심을 못 먹게 되었다는 건데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약속이긴 했지만 불과 2시간을 남겨두고 취소를, 그것도 문자로 하는 건 아니다 싶어 구구절절 보낸 그녀의 핑계를 읽어보았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 반찬을 하느라 몸살이 났다는 거였다. 몸살이 난 건 당연해 보였지만 몸살 난 엄마보다 매주 엄마로부터 몸살까지 나게 만든 음식들을 배달받을 아들이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아들이 엄마의 음식을 기다려 맛있게 먹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결혼 후가 걱정이고,  엄마의 열성에 싫다 소리도 못하고 받되 뜯지도 않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는다면 엄마에겐 쇼크겠지만 오히려 엄마로부터 진정 독립들이라 응원하고 싶다.


결혼한 자식들에게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음식을 공수하면서 회자되는 씁쓸한 얘기가 있다. 시댁에 갔다가 아들이 좋아한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해서 며느리 용돈까지 넣은 보따리를 챙겨줬는데 며느리는 열어보지도 않고 휴게소 쓰레기통에다 버린 것이다. 또 시어머니가 고정적으로 해다 주는 음식이나 그걸 찾는 남편이 미워서 부부싸움을 반복하다 끝내 이혼다는 이야기도 있다. 충분히 있을 법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갈 시간주지 않고 내 아들 내 딸이 좋아한다고 만들어 주는 게 과연 타당한가? 또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영원히 해댈 자신이 없으면 시작을 하지 말아야 현명하다.


음식을 해주는 심리 참 재미있다.

아들 엄마는 내 아들이 내 음식을 잘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는 며느리는 아들의 식성에 맞는 음식을 하지 못할 거라는 무시와 자만심. 젊은 여자에 대한 비겁한 도전 심리가 작용한다고 본다. 거기다 음식으로 아들의 일부라도 컨트롤하겠다는 야비한 심리도 내포되어 있다. 며느리가 훌륭한 요리사가 아니라도 기회는 주어야 한다. 며느리가 지신이 만든 음식을 잘 받아가는 게 아들에게 오히려 손해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에 비해 딸 엄마의 음식은 그나마 순수하다. 딸이 밥해먹는 게 안쓰러워서다. 딸이 음식을 못해서 변변히 못 챙겨 먹거나 남편이나 시집에 책망이라도 받을까봐 딸이 좋아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사위가 먹을 음식에신경을 쓴다. 이렇듯 딸 가진 엄마와 아들 가진 엄마는 같은 여자지만 차이를 보인다. 딸 가진 여자여! 아들 가진 여자여! 스스로 번 생각해보라. 나는 음식으로 어떤 권력 휘두르고 있는지를. 차라리 그 권력을 내게 휘둘러라. 혼자 먹는 밥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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