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금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침묵하지 않음은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을 가질 때 더 강렬히 나를 벌하고, 설령 타인을 위한 침묵하지 않음이라도 큰 한숨을 선사한다.
확신한 사람이 모호해졌을 때, 다행히 나는 그 사람의 약속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았다. 그의 약속이 여러 사람에게 파장을 끼칠 거라 생각했고 그 영향력에 대해 나를 드러내고 싶음에 엄청난 유혹을 받았음에도 기꺼이 침묵했다. 황당함은 나만의 몫이 되었다.
그녀와 나에겐 약속이란 틀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녀와의 약속은 그녀처럼 느슨하고 늘 번복될 수 있는, 그래서 의미 없이 대해왔다. 그런 그녀의 말 한마디를, 그 처분을 간절히 기다리는 자가 있어 바로 넘겨버렸다. 간절한 이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야... 내면에 그런 교만도 한몫했을 거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번복. 몇 시간만 침묵했더라면 무無였다. 무를 설명하고 변명하고 미안해하기 위해 번민하고 있다. 깊은 고민 없이 불쑥 내뱉은 생각을 나는 어떤 깔때기도 장착하지 않은 채 쏟아냈다. 침묵하지 않은 고통은 당연하다.
모든 침묵은 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