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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엣지정 Oct 25. 2024

출간서평

미리 써본 머리말

 이제 마침내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제 나이가 내일모레 이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간 독서량이 많지도 않고 삶에 인풋된 자료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일기라도 각색하고 허접한 소설 몇 편이라도 교정해서 더 늦기 전에 책을 한 권 낼까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소녀란 이름을 달고 살다 보니 뭔가 의무감에라도 써 온 글들은 많은데 원통하게도 보관된 것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장이 이사를 다닐 때마다 아버지방 책장에 꽂혀있었던 기억이 있지만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아버지가 제 의견을 물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맡겼으면 차라리 애지중지 보관해 두셨을 거란 생각입니다. 얼마 전 아버지 사후 물품을 정리하는데 자식들의  상장이며 졸업장, 사진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리되어 남아있는 걸 봤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도 단편소설 몇 편을 썼었습니다. 당시 실업농구 S팀 팬이라 선수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소설의 주인공이었고 친구들이 돌려보며 재밌다고 칭찬도 했습니다. 그런 글들은 다시 나오지 못합니다. 대학 졸업 논문도  왜 보관하지 않았는지 아깝습니다. 그때 읽고 참고했던 책들은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사소설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완서작가와 박경리 작가를 나름 심도 있게 비교분석했었습니다. 모두들 교사자격증 준비로 졸업시험으로 대체할 때 대학을 졸업하면서 논문 한편은 남겨야 한다고 고집스럽게 준비했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다운로드해서  파일을 보관했을 텐데 , 그때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책내기가 여느 때보다 수월해진 지금 이제 겨우 책 한 권 내면서 무어 이리 서두가 긴가 할 수 있지만 제게는 엄청난 일입니다. 자서전 같고 유서 같은 글들입니다. 너무 오래 가지고 있어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글도 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은 것들이 엄청납니다. 그렇다고 고치자니 차라리 빼버리는 게 낫지만, 그런 이유라면 남아 있을 것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채널들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타인의 글을 읽을 때는 이런 글도 책이 되는구나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늘 쳇바퀴를 도는 것 같은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분량만 늘려놓은 느낌이 듭니다.  너무도 선명한 주제 한마디를 진부한 단어로 돌려 적습니다. 등단한 작가들의 소설집들도 한 두 편을 빼면 잘 쓴 글이란 생각이 안 들기도 합니다. 평론가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결심합니다. 용가를 내봅니다. 제 글은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더구나 저는 이 책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으니 더욱 자신감을 가져봅니다. 그저 내 인생을 글로 쓰고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요. 소설집 한 권과 에세이집 한 권을 세트로 엮었습니다.  소설집에는 총 7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습니다. 죽기 전에 장편을 한편 써보는 게 남은 숙제이긴 합니다. 에세이집은 소설보다 내가 더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다섯 개의 큰 챕터에 10개씩 소제목을 달아 글을 담았습니다. 사이사이 넣어둔 화도 부족하나마 제 솜씨입니다. 언젠가 이런 날을 기다려 그림공부를 해 두었습니다.

소박한 꿈이지만 실현했다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둡니다. 참 재미나게 산 결과물입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春川 休心庭園에서 엣지정 宣法華 金垠廷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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