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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잔 Jul 26. 2021

우리가 꿈꾸던 그런 은퇴는 없다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리뷰


(...) 우리가 꿈꾸던 그런 은퇴,
그런 집은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바닷가 집을 짓고
올레길을 걸으며 바다를 보고….
이런 미래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p20)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리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했습니다. 저자의 이름이 익숙해서. 요즘 따라 하늘이 그림 같이 예쁜 건 혹시 우리가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근길에 챙기기 좋을 만큼 책이 가벼워서. 완독하길 잘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해 드리고 싶어 이번 호에 추천 글을 씁니다.


유명 방송인이자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 타일러 라쉬가 쓴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기후 위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그것이 곧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그걸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요.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은 쉽다는 거예요. 글이 빠르게 읽혀요. 자칫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 의제를 최대한 말랑하게 풀어내기 위해 저자는 어릴 적 일화, 친구 이야기, 유명한 사례를 자주 활용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쉽게 기후 위기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이 느껴졌어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그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그날까지 모두 사용했다는 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라는 것을 뜻한다. (…)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3월 15일, 한국은 4월 10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p65)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은 솔직함이에요. 저자는 이기적인 기업에는 짜증을 내고, 행동하지 않는 국가에는 답답해하고, 갈 길을 모르는 시민들에겐 분노할 것을 종용합니다. 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 계기, 환경 이야기를 앞장서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 비전문가로 발언하면서 느끼는 걱정도 가감 없이 드러내죠. 방송에서 그를 종종 봐왔기 때문인지 왠지 그가 실제로 글을 쓰면서 지었을 표정이 연상됩니다. 


일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일 때 밖으로 나가 마음껏 달리고 싶어도 매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매년 즐기는 스키 시즌도 점점 짧아진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조카들이 살아가는 건 어떤 모습일까….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걱정되고, 그걸 해결하고 싶다는 게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꿈만 같았다. (p20)


책 전반에 흐르는 이런 친근함과 솔직함이 책을 읽는 저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행동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무결할 필요 없이 잘 모르는 건 배우면서 하면 되는구나. 불안과 걱정은 당연한 거였구나. 완벽하게 동참할 자신이 없어서 외면했던 환경 의제들과, 우스갯소리인 양 친구들과 나눴던 변명들을 떠올려 봅니다. 나는 고기 끊을 자신이 없어서 축산업 다큐멘터리는 못 보겠어. 내가 백날 빨대 안 쓰는 게 무슨 소용이야? 기업들이 이렇게 낭비를 하는데. 내가 뭘 하고 안 한다고 정말 이 세상이 달라질까?


책을 덮으며 내 주변을 돌아봅니다. 하루가 다르게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위기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변화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요즘은 기업도 하나둘 친환경에 동참하고 있죠. 저도 이 책처럼 기후 위기 문제를 좀 더 쉽고 솔직하게 대해보기로 합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들은 한 번 칭찬하고,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은 주저하지 말고 배워 보고, 내일은 이것보다 더도 말고 반걸음만 더 나아가 보자고 다짐하고요.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p9)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아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태어나서 마스크를 안 쓴 날보다 쓴 날이 더 긴 아이들. 마스크 없던 날의 달콤함을 아는 어른들이 어떻게든 마스크를 덜 쓰려고 꼼수 부릴 때, 고사리손으로 벗겨진 마스크를 고쳐 쓰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위해서. 또 3억 명이 침수 피해를 당하게 된다는 2050년에 힘없는 노인이 되어 있을 나의 엄마 아빠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이 별을 지키는 데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해야겠습니다. 이 세상에 두 번째 지구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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