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각 방을 쓰게 됐다. 전염의 위험성 때문에 격리를 하다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남편과 취침 시간이 정확하게 같지도 않고 기상 시간도 다르다. 운 좋게도 남편은 회사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에 이른 아침의 부엌이 시끄러울 일도 없어 늦잠을 잘 수 있다.
어느 날엔가 남편이 "당신 어제 팡파르를 울리던데~"하며 말했을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혼자 잔다면 자다가 방귀를 뀌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자는 중에 일어나는 생리현상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잠이 오지 않을 땐 뒤척이다 보면 남편이 깰까 봐 조심조심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엔 두 팔 두 다리를 대자로 뻗고 자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던데 말이다.
퇴근한 남편은 밤에 영화를 보거나 경제 유튜브를 보다가 늦게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자다 깨면 짜증을 내더란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시간에 누워야 했는데 따로 자면서부터 각 자의 취침 시간이 자유로워졌다.
코로나가 사라지며 다시 합쳐야 하나 싶었지만 각 방을 쓰는 게 너무 편해서 의문이 들었다. 사이가 안 좋아서 방을 따로 쓰는 것도 아니고 각 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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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막내가 물어봤다.
"엄마, 아빠는 왜 따로 자?"
겁이 많은 막내는 밤마다 어떻게든 엄마, 아빠랑 같이 잘 틈을 노리는 아이라서 따로 자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라 당황했다.
"엄마가 코를 많이 골아서 아빠가 자꾸 깨더라고. 코 고는 건 조절하기가 힘들거든."
겨우 모면했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데 왜 나는 혼자 자면 편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지 못했을까?
'부부는 한 방을 쓴다. 사이좋지 않은 부부가 각 방을 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다정한 부부가 한 이불속에서 꼭 끌어안고 자는 장면, 엄청 싸운 부부가 둘 중 한 명이 베개를 집어던지며 침실에 못 들어오게 하는 장면 말이다. 어릴 때 봤던 장면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나 보다. 드라마 좀 작작 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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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도 40년이 넘게 한 방을 쓰셨다. 엄마는 아빠의 탱크를 몰고 오는 코 고는 소리로 밤새 한숨도 못 잤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다. 그때는 그런 아빠랑 결혼한 엄마의 운명이려니 생각했다. 운명은 무슨 운명? 방을 따로 쓰면 해결될 것을 말이다. 내가 출가하기 전까지 한 방을 쓰셨다. 몸에 열도 많으셔서 여름에 '덥다, 덥다.'를 연발하시면서도 말이다. 큰 사고가 있기 전까지 한 방을 쓰셨는데 그 사건은 이러하다. 아빠가 주무시다가 다리를 올렸다 내리시며 엄마의 새끼발가락을 부러뜨렸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믿기지 않지만 워낙에 건강한 아빠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각 방을 쓰시게 됐는데 엄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세상 너무 편하다. 왜 여태껏 같이 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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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그 무엇을 거스르는 건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부부는 싸워도 한 방을 써야 한다는근거 없는 규정을 거부한다. 잠은 보약이라는데 각자편한 데로숙면을 취하는 게최고이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사이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