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작가님과의 약속
이은경작가님이 이끄는 글쓰기 모임(슬초브런치)이 1년 만에 대면으로 만나는 날이다. 많은 이들을 글 쓰는 삶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는 이은경 작가님의 꿀팁은 모임 전날에 벌써 줌으로 대방출되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투고해야 하는지 등 그래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도. 저렇게나 솔직하다고? 이렇게나 솔직하니까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거겠지.
옷장에서 파란색을 찾느라 벌써 20분째 돼 적이고 있다. 원하는 옷을 찾을 때마다 이지경이다.
"정리 좀 해야지."
매번 다짐한다. 이번에 지키고 싶다.
파랑은 내일 입고 갈 옷 색깔이다. 슬초브런치는 기수별 지정 색이 있다. 1기는 빨강, 2기는 파랑, 3기는 초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파랑(정확히는 파스텔 하늘색)이라서 2기 지정색이 파랑으로 결정되었을 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1시간이면 약속 장소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지만 2시간 전부터 준비한다. 그만큼 기다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니깐.
1년 전 약속을 하고 다짐을 했는데 못 지켰다. 100편의 글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3일에 한 편 발행하면 되니 매일도 아나라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38편
집에서는 집안 일로 못하겠다는 핑계를 댄다. 남들처럼 카페에서 써볼까 싶어 동네 카페를 찾았으나 음악소리 때문에 집중을 못하겠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가사 없는 음악에 적당한 소리면 좋겠으나 그 많은 동네 카페를 돌아다녔는데 없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갔다. 너무나 사적인 글을 쓰다 보니 이용자들이 주위를 돌아다니는 것이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번엔 독서실을 등록했다. 집이랑 가깝고 아침 시간에 이용하면 한가해서 좋다. 아뿔싸 열람실에서는 자판을 사용할 수 없단다. 휴게공간에서만 컴퓨터 자판을 쓸 수 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매일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책을 열심히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집이다.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자세를 잡고 앉는다. 타이머를 맞추고 써 내려간다. 나에게 가장 적확한 방법이다. 이것을 매일 하리라 다짐한다.
글을 쓰는 부지런함과 함께 중요한 것이 글감이다. 썼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발행을 못하기도 했지만 글감이 없어서 시작을 못하는 경우다. 글감은 무엇을 쓸 것인가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결국엔 무어 엇을 얘기 하고자 하는지 다. 그것은 생각, 가치관, 마음일 수 있다. 전반적인 내 일상생활에서 주변을 세심히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저 바쁜 일상을 지나치듯 살면 글을 쓰기 힘들다.
오늘 하루를 관찰했고 깊이 사유했으면 그것을 앉아서 쓴다. 하루에 1시간 혹은 30분의 쓰는 시간을 확보하여 부지런히 써본다.
주변을 다정하게 살피고 사랑을 가득 담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좋은 글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은경 작가님이 쓴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고군분투하는 육아서이자 고백서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자세가 이보다 더 다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사랑을 담으려는 과정을 읽으며 같이 울고 웃는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나에게도 있음 직하고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작가의 삶을 깊숙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