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특별함을 모르는 당신에게
어렸을 때는 아주 멋들어진 직업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 직업이 어떤 고생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해서, 환상을 가져도 그게 환상인지도 모를 때였다. 나중에 좀 더 커서야 내가 그동안 나열했던 꿈의 직업들은 절대 당연하지 않으며, 간절하게 치열했던 자들에게 허락되는 마땅한 결과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나에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라 하면, 무식할 만큼의 성실함이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꼭 무작정 열심히 했다. 독하게. 효율을 따졌는가의 측면으로 봤을 땐 많이 부족했지만, 꾀부리지 않고 성실한 것이 삶의 최고의 덕목인 듯 굴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떨까?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실함이 최선이 될 수만은 없는 이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가는 늘 내 머릿속의 어지러운 화두이다.
어른이 된 나는 겨우 한 사람 몫의 생계를 책임지게 됐는데, 이 사실이 너무 괴로울 때가 있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방황으로 이어지는 내 모습이 낯설어 싫어질 때도 있었다. 나는 결국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망도 했다. 그렇게 되니 점점 입을 많이 열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면 나에 대해 해줄 만한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았고, 사람들이 딱히 궁금해할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캄캄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내려 애쓰는 보통의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안다, 평범함의 특별함을.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무너진 자를 구할 수 있음을.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내 보통의 상황과 감정들을 앞으로 많이 들려주고 싶다. 분명 우리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말 필요한, 특별한 이야기를. 꼭 맘 같지 않게 흘러가는 인생의 순간에 휩쓸리고 있던, 특별한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