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 드려요?”
그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어울리면서 손질하기 쉬운 스타일로요.” 하고 말했다.
그는 말이 많지 않았다.
필요한 질문만 했는데,
내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 그에게 자세히 대답했다.
처음 간 헤어숍인데, 그날따라 손님이 많았다.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가방 속 책을 꺼냈다.
내 차례가 뒤로 밀려나 어쩔 수 없었다.
읽은 문장들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문장을 쪼개듯 한 줄씩, 띄엄띄엄 눈을 옮겨도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
새로 들어간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는 책인데, 아무리 곱씹어도 마음이 붙질 않았다.
뒤쪽 거울 앞, 작은 탁자 위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 위에 다른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를 옮겨 그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디자이너가 다가왔다.
그저 머리를 자르거나 세팅하는 손길인데,
익숙하고 빠른 손놀림이었다.
책을 넘기고 있는데, 그가 책 한 권을 내 앞에 조심스레 놓았다.
재미없어 고생 중이었다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이 책은 마음에 드실 거예요" 하고 권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였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가 권한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오랫동안 헤어숍을 다녔지만,
책을 건네며 말을 나눈 건 처음이었다.
말은 적었지만,
손끝이나 눈빛, 책 한 권에는
그만의 친밀감이 배어 있었다.
책과 헤어숍.
서로 다른 세계 같았는데, 그날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책장을 덮을 즈음, 그가 다시 내 곁으로 왔다.
앞으로의 손질 방법을 여러 가지 설명한 뒤
“이제 다 됐습니다.” 하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끝은 마지막까지 다정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고맙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