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빈자리는 의외로 쉽게 느낀다.
현관 앞 의자가 바뀌고부터, 아침 풍경도 조금 달라졌다. 낡고 덜컹거리던 것 대신 편안한 의자가 놓였고, 그 주변으로 주민들이 모여든다.
엄마도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주간보호센터 차량을 기다리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날씨 이야기를 건네며 말문을 연다. 짧은 대화 속에서 온기가 퍼진다.
그 의자들 가운데, 중앙에 놓인 밤색 의자가 눈에 띈다. ‘노약자 배려석’이라는 문구가 또렷하다. 색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문구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었을까. 그 자리에 앉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붉은 재킷을 즐겨 입던 그의 어머니는, 반바지 차림의 아들 손을 꼭 잡고 가장 먼저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 의자가 비어 있다. 주간보호센터 차량이 와도, 창을 통해 내가 엄마에게 손을 흔들어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궁금함은 점점 걱정으로 바뀐다. 자꾸 그 자리에 눈길이 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혹시 병원에 입원한 건 아닐까.
매일 마주하던 풍경이 어느새 내게도 아침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는 언제나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나타났다. 다른 손에는 쓰레기봉투나 그릇을 들고 있었고, 얇은 반팔 차림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말이다.
직장을 다니는 그는 남들보다 훨씬 빠듯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밤새 한숨도 못 잤지만 괜찮아요. 요즘은 주무시지 않고 거실을 계속 돌아다니시거든요.”
그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센터 차량에 오르는 어머니의 탑승을 도와주고 머리 위로 팔을 올려 “사랑해요, 엄마!” 하고 외친다.
그를 보면 괜히 작아진다. 자꾸 되묻는 엄마의 기억이 불안할수록 나는 점점 퉁명스럽고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런 내 모습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랑해요, 엄마”라는 말은 매일 내 안의 무언가를 톡톡 건드린다. 그전보다 조금은 다정하고 따뜻하게 굴게 되는 나를 보면, 어쩌면 그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밤색 의자의 아침 손님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함께 걷던 두 사람의 발소리 리듬도 멈췄다. 담당 요양보호사에게 물으니 그의 어머니가 넘어져 다치셨다고 한다. 다시 걷는 게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네 아파트에 갈 때마다, 저절로 그 자리에 눈길이 간다. 여전히 ‘노약자용’이라는 딱지가 붙은 그 의자. 괜히 마음이 쓰이고,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진다.
가족도 아닌 누군가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의 어머니가 다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기를, 그의 “사랑해요, 엄마!”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그 밤색 의자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