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문턱을 넘어

변화와 머무름 사이에서

by 호일

비 온 뒤에는 기온이 현저히 낮아진다. 어김없이 퇴근길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가 내 앞에 멈추면, 제일 좋아하는 자리가 공석이기를 바란다. 그 자리는 바로 기사님의 바로 뒷자리인데, 다른 이들과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밀폐된 느낌을 줘서 안락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버스는 항상 한정거장을 더 가서 5분에서 6분 정도를 쉬었다 가는데, 이 짧은 시간이 기사님들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이겠거니와, 분명 그 짧은 시간을 양보하는 것도 불만스러운 승객들도 존재한다. 여느 퇴근길보다 사람이 없는 버스는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백색소음으로 느껴질 만큼 조용하다. 차분한 귀갓길에 드는 생각-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차치하고, 어떤 것들은 이렇다 할 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서 견디기 힘든 일들을 견뎌낼 용기가 주어진다. 그러면서 ‘무언가 되어지는게 아닐까?’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면서 말이다. 세상엔 변화를 자처하며 사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머물러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디 쪽일까-짧게 고민을 해본다. 그러나 벌써 내릴 때가 되었다. 버스 버저를 누르면서 먼지덩이 같은 잡념을 흩트려 없애버린다. 자근자근 싸리 같은 비가 왠지 소심하게 느껴지면서도 우산이 없는 내겐 꽤 반항적으로 느껴졌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