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백작부인의 죽음
그림 : 윌리엄 호가스
분류 : 그림으로 읽는 막장 소설
제목 : 결혼 세태(Marriage a-la-Mode)(총 6화)
배경 : 18세기 런던
등장인물 : 스퀀더필드 백작부인, 안토니오(백작부인 아버지), 의사, 약사, 하인들, 백작부인의 아기
6화 : 백작부인의 죽음(The Lady's Death)
스퀀더필드 백작이 사망하고 백작 부인은 친정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백작부인으로 살았던 화려한 시댁과 친정집은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거기다 아버지 안토니오는 성공한 상인이었지만 지독한 구두쇠여서 집안 꾸미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시댁에는 신화와 초상화 그림들이 가득했다면 친정집에는 비교적 저렴한 장르화와 정물화가 주로 걸려 있다. 친정집에 돌아온 백작부인은 친정의 변함없는 초라함을 보니 미칠 지경이었다.
'저런 그림은 또 어디서 사셨데.'
술에 취한 남자의 코가 어찌나 뜨겁게 보이는지 여자가 파이프를 대고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그림이다. 오른쪽 정물화에는 과일과 항이리 등이 잡다하게 널려 있다. 그 옆에 작은 그림에는 항아리 옆 남자가 등을 돌리고 벽에 소변을 보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인데 백작부인은 하나도 웃기지가 않다.
한편, 불륜남 실버텅 변호사는 살인죄 명목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백작부인은 하인이 구입해 가져다준 소식지를 보고 그의 사형이 집행되었음을 알게 된다. 타이번 나무(Tyburn Tree)로 불리는 삼각대 모양의 교수대가 그려져 있는 소식지에는 실버텅이 러브호텔에서 백작을 칼로 찌르고 도망쳐서 살인죄로 교수형에 쳐해 졌다는 소식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실버텅의 일생과 유언이 함께 실렸다. 이 교수형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지를 읽고 부적절한 관계의 최후를 통해 도덕적으로 살 것을 알리는 소식지였다.
남편과 애인마저 잃게 된 백작부인은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장춘몽으로 끝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매일 눈물로 지새웠다.
어느 날 부인은 하인에게 로더넘(Laudanum)을 사다 달라고 하였다. 이것은 알약 형태의 아편정제로 많은 양을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모두가 없는 사이에 로더넘을 한 움큼 삼켰다. 고통스러운 순간은 금세 지나갔다.
하녀가 백작부인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려고 방문을 열었다. 부인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 있었다.
소식을 듣고 아버지 안토니오와 함께 주치의 그리고 약사가 달려왔다. 주치의는 보자마자 백작 부인의 사망을 확인해 주었다.
나이 든 하녀가 부인의 어린 딸을 데리고 와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한다. 어린 딸이 엄마에게 매달리려고 애를 쓰는 것이 너무 애처롭다.
'우리 아기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꼬.'
나이 든 하녀는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아기의 미래가 안타깝다. 아이의 얼굴에 검은 반점이 점점 커져가는 것만 같다. 아이는 구루병에 걸려 다리의 변형을 바로 잡느라 하지 보조기를 하고 있다. 매독에 걸려 태어난 딸을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하여 키운 탓일지도 모른다. 할아버지인 스퀀더필드 백작이 통풍으로 다리가 아팠던 것을 보면 집안 유전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약사는 하인의 멱살을 잡으며 꼬치꼬치 캐묻는다. 놀란 하인은 울먹이며 그저 진통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다 드렸다며 부인이 자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한다.
황망한 표정의 아버지 안토니오는 딸이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고 있다. 딸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자신이 투자한 엄청난 지참금을 돌려받지 못할 형편이라는 것이 견딜 수가 없다. 백작부부에게 작위와 유산을 물려줄 아들이 없기에 백작 가문의 대는 끊기고 아기에게 상속될 모든 재산은 국가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안토니오는 죽은 딸의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라도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부유한 상인과 스퀀더필드 백작 집안에서는 항상 의자가 한 곳에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집안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암시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결과는 참혹하다. 1천 년 가계도를 자랑하던 스퀀더필드 백작 집안은 이제 대가 끊겨 사라질 판이고 상인도 더 이상 부자가 아니다.
식탁 위 돼지 머리를 먹으려고 애쓰고 있는 앙상하게 말라 뼈가 훤히 보이는 개가 이들의 운명을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