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막장 소설-
윌리엄 호가스의 결혼 세태

5화 러브호텔 사건

by 김은진

그림 : 윌리엄 호가스

분류 : 그림으로 읽는 막장 소설

제목 : 결혼 세태(Marriage a-la-Mode)(총 6화)

배경 : 18세기 런던

등장인물 : 스퀀더필드 백작부부, 실버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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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러브호텔 사건(The Bagnio)


백작은 얼마 전 친구들이 농담 삼아하는 소리가 영 꺼림칙하다.


"실버텅의 혀는 모든 여자들을 녹여버리지. 요즘 작업 당하고 있는 멍청한 부인이 있다던데."


오늘도 발기부전으로 재미를 못 본 백작이 초저녁에 들어와 보니 부인이 외출 중이었다. 집사 말로는 가면무도회 간 것 같다고 한다. 부쩍 예민해진 백작은 가면무도회 장소를 수소문해 찾아간다.


무도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백작부인과 실버텅 변호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인 무도회 장을 빠져나온다. 감정이 무르익어서 좀 더 화끈한 밀애를 즐기기 위해 '터크스 헤드 바뇨'라는 러브호텔에 가기로 했다. 마차에 오르는 것을 멀리서 본 백작은 그들의 뒤를 밟는다.


"부인, 정말 오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제 눈에는 당신만 보였어요."


"호호호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아름다운지 어떤지 어떻게 아셨나요?"


"부인의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것이 말해주고 있지요."


실버텅은 언제나 백작부인을 최고의 미인으로 만들어 주었고 그녀는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러브호텔이다. 이곳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에게나 방을 빌려주는 곳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도 부적절한 일을 저지를 때 안심하고 찾는 곳이다. 의자도 넘어져 있고 치우지 않은 물건들과 함께 호텔 청구서도 나뒹굴고 있다. 가면을 휙 벗어던져 버린다.


한쪽 벽면에 대형 태피스트리가 백작 부인의 눈에 들어온다. 솔로몬의 심판 장면이다.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나눠가지라고 심판하자 병사가 아기를 거꾸로 들고 반토막 내기 위해 칼로 내리치려는 순간이다. 아이의 진짜 엄마가 이를 막으려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뭐 저런 그림을 걸어 놓은 거야.'


왠지 모를 죄책감과 함께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태피스트리 위에 액자 속에는 아름다운 양치기 여자가 손에 다람쥐를 들고 있는 그림이 보였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양치기 여자는 사창가에서 잘 나가는 매춘부 초상일 것 같았다. 거기에 지저분한 방 분위기에 기분이 상한 백작부인은 잠깐 망설인다.


반면 실버텅은 안달이 나서 옷을 훌러덩 벗는다. 그 모습을 보고 백작부인도 용기를 내서 코르셋과 후프 스커트를 벗어 놓고 구두도 벗는다. 그러다 가방 속에 있던 수은 알약이 바닥에 쏟아졌다. 부인 역시 매독에 걸려 치료 중이었다. 결혼 전부터 백작은 이미 매독환자였으니 부인이 매독에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갑자기 잠긴 방문을 부수고 백작이 들이닥친다.


"이 놈 실버텅, 내 부인을 건드리다니, 네가 이러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냐?"


순식간에 결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백작은 평정심을 이미 잃은 상태이다. 곧 실버텅의 칼에 찔려 중심을 잃고 만다. 가슴에 두 군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실버텅은 자신도 얼떨결에 백작을 찌르고 놀라 칼을 떨어뜨린다. 피 묻은 칼을 보니 꽤 깊게 찔렸다.


백작의 칼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남편의 가슴에서 벌건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며 백작부인은 혼비백산한다.


"여보, 여보, 미안해요. 죽으면 안 돼요."


부인은 백작 앞에서 무릎 꿇고 손을 모아 용서를 빈다.


실버텅은 속옷만 입은 채로 자신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놀란 눈을 하며 창문으로 도망간다. 러브호텔 주인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경찰관을 불러 서둘러 방에 왔지만 이미 백작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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