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 14
매일 쓰기로 결심한 지 딱 14일째 되는 날이다.
이까짓 거 뭐 별거라고, 이걸로 은근슬쩍 오늘 생각을 때우자는 수작이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솔직한 심정으로다가 대답한다.
"네네네네네네! 그렇습니다!"
나는 집순이다.
특별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쓰는 글이라는 건, 그러니까 '오늘 생각'이라는 건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나 느낌을 그저 두서없이 풀어놓은 것이다.
나는 수다쟁이이므로.
처음부터 그런 글을 쓰고자 했지만, 벌써 두 번째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기가 죽어 있다.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들어 있는 게 참말이지 없구나 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아니, 매 문장마다 만난다.
승인 담당자님이 클릭을 잘 못하신 겐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해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나는 브런치작가인걸?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꾸역꾸역
밀어 넣은 것이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올 때까지 노력하는 수밖에.
1년도 아니고, 100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고작 2주.
나에게는 길고도 길었던 2주.
쓸 거리는 생각나지 않아도, 쓰지 않을 온갖 핑곗거리는 잘만 쏟아져 나오던 2주를 나는 이겨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을 기념할 것이다.
내 1호 독자님이 매일같이 재밌다고 말해줬다는, 이보다 더 가슴 벅찰 수 없는 사실에 감사할 것이다. 자랑할 것이다.
(참고로, 내 1호 독자님은 사춘기 청소년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닌 거다.)
매일 쓰기를 다짐하면서 나 자신과 약속했던 게 하나 더 있다. 좀 더 자주 낭독을 할 것.
가끔 인스타그램에 마음을 치는 구절들을 낭독하곤 한다. 아주 가끔.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정말이지 발가락이 곱도록 민망하기 짝이 없어 자주 하지는 못한다.
목소리가 좋다고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누군가는 듣기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일평생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극소심한 이 성격이 뭘 시작하든 발목을 잡으려 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극복해야 할 숙제라는 것도 안다.
오늘 오랜만에 낭독을 했다.
책을 읽다가 이 부분은 정말이지, (여태껏 누구도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 마음을 훔쳐다 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누고 싶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공감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거창한 글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다만 누군가 읽고 공감하는 한 줄을 남겨준다면, 그것으로 많이, 아주 많이 행복할 것이다.
1년도 아니고 100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딱 2주를 보내며 멈추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손가락을 걸어 본다. (쓰면서도 걱정이지만...)
내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