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4

by 은진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지은이: 정연철
펴낸 곳: 우리학교




*서평단 활동으로 타 플랫폼에 게시한 글을 조금 수정하여 작성했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무심코 지나쳤던 표지를 다시 보고 나서야 아이들의 그림자가 괴롭힘의 한 종류로 불렸던 별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표지의 두 남학생은 좀비라 불리는 김완이와
랑켄이라 불리게 된 임우제다.


학교 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은 여러 권 읽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넘어
꽉 막힌 분노를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별명을 의미하는 그림자만 다시 보아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먼저 읽은 아이도 같은 감정이었다고 하니,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와 등장인물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작가의 말까지 모두 읽고 나니 이러한 마음이 어디에 기인했는지가 보였다.

영웅의 부재


절대 악에 맞서는 절대 선,
통쾌한 필승 결말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읽는 내내 상황을 반전시키고 통쾌함을 전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렸던 것 같다,

나에게 그 누군가는 완이였다.

묵묵히 당하기만 하는 완이가 각성하는 장면,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제대로 납작해지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방향의 전개에, 응원받아 마땅한, 그러니까 한 점 거리낌도 없이 응원할 수 있는 인물을 기대했던 나는(특히나 우제와 완이의 단순하지 않은 관계를 알게 되자)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기대가 해소되지 않자 끓어오르던 화도 덩달아 진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 보면 곧, 어쩌면 이보다 더 현실을 잘 반영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교실 속 정글을 보아왔을 작가님의 글이니 더 그러하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일.

수없이 가해지는 폭력 현장을 무감하게 받아들이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방관자들.

후반부에 이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험한 말이 마구 튀어나왔다.
동시에 실제 중학생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며 어떤 감정을 느낄지도 몹시 궁금해졌다.


주인공인 우제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하루아침에 함께 어울리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 되고서야 자신을 되돌아본다.

줄곧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았던 '좀비' 완이 또한 가해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들의 관계를 지켜보며 생각한다.

괴물, 방관, 용서, 실수, 반성, 기회.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를 실수라고,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등장인물들에 혼란스러운 만큼 더 오래, 깊이 생각하게 된다.
교실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간절하고 확실하지만, 역시나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청소년소설을 좋아한다.
감당 가능한 범주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대부분은 해피엔딩이어서 그렇다.

이 책의 결말은 그 무게로 보아, 앞으로 아이들이 헤쳐나갈 길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해피엔딩이라고 산뜻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내 불편했던 마음은 분명히 가라앉았다.

"잘못했으니까 벌, 받아야지?"라고 담담한 말과 함께, 스스로 선택한 길을 응원하며,

돌팔매를 맞을지언정,
진정한 괴물이 되기 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에
'용서와 기회'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이 이야기가 많은 아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함께 읽기를 청한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의 좀비와 랑켄은 당연히 괴물이 아니다. 좀비와 랑켄을 괴롭히는 아이들 역시 괴물이 아닐지 모른다. 진짜 괴물은 폭력에 무뎌진 아이들을 방관하는 우리 사회일지도 모른다.
아침 조회 시간, 교실에서 아이들의 말간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까. 어느 순간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통해 삶의 오점으로 남기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짓밟히고 상처받지 않으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넨다.
"오늘도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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