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만나니 꽃이 되었다
오늘은 온타나스(Hontanas)에서 보아딜라드카미노(Boadilla de Camino)까지 갈 예정이다.
생각보다 온타나스에 머무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다. 대도시 부르고스에서 온타나스까지 가려면 30킬로미터를 걸어야 해서 대부분 25킬로 정도에 있는 마을에서 머무르겠다고 했다.
부르고스에서 하루를 쉰 터라 익숙한 얼굴들과는 이미 헤어진 상태. 마치 마음 잘 맞는 사촌들과 헤어진 것 같은 허전함을 안고 이름도 낯선 마을들을 지나 온타나스부터 8킬로를 걸었다. 앞에는 워싱턴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걷고 있다. 모닝커피를 마시지 못한 터라 이쯤에 마을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1킬로를 더 걸으면 Castrojeriz 마을이 있다. 힘을 조금만 더 내자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작은 성이 모습을 나타냈다. 마을의 시작일까... 기대를 하고 둘러보았지만 이 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성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읽고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마을이 아니었어. 다음 마을은 언제 나타날까. 오로지 커피 생각뿐이다.
성을 둘러보며 관리가 참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졌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린다. 주변에서는 이 성 밖에 없는데... 어디서 나오는 음악소리일까.
가벽을 친 카페가 요새처럼 숨어 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등에 찬 땀을 바람에 식혔다. 허름한 카페였다.
카페 주인장에 우리를 반겼다.
"부에노스 디아스." (좋은 아침이에요.)
"부에노스 디아스." (좋은 아침이에요.)
아저씨가 웃으며 짓궂게 묻는다.
"너, 부에노스 디아스 말고 다른 스페인어 아는 거 있어?"
스페인을 걷는 외국인들이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대해서 타박을 주고 싶어 물어본 질문일 거다.
"응 있어."
"진짜?"
"우노(1) 도스(2), 트레스(3), 콰트로(4), 씬코(5), 쎄이스(6), 씨에떼(7... 8부터 모른다), 부에노스 노체스 (잘 자), 우노 세르베사 포르빠보르(맥주 한 잔 부탁해요), 카페 콘 라체 포르빠보르 (카페라테 부탁해요). 쿠엔또에스(얼마예요?) 더해줄까?"
아저씨는 나의 대답을 듣고 크게 웃는다.
"Do you like Spain?"
"Yes, very much."
"What do you like in Spain?"
"Umm. I think I like people. They are really frinedly and look happy."
"You are right. Do you know why they look happy?"
"I don’t know."
"People in Spain don't live for work. They live for life."
아저씨 뭐라고요? 너무 오글거리는 말씀 아닌가요?
아저씨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입으로 했던 말이 온전히 체감되는 순간들이 있다. 머리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받아들이는 말들.
What are Korean people like?
한국사람들은 어때?
"Korean people are warm, friendly like Spainese. But I don’t know what People in Korea live for." (한국사람들도 스페인 사람들처럼 따뜻하고 친절해.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는 모르겠어.)
우리 사이에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점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조차도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생각할수록 두통이 생겨 생각하기를 거부하게 된다. 앱 에피소드에 있던 말을 대충 내 생각인양 빌렸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아저씨 말에 여운이 남았다.
휴식을 끝내고 아저씨를 기억하고 싶어 이름을 물었다.
"My name is Angel."
"Are you Angel?"
"Yes, I’m."
다음에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면 그때는 나는 무엇으로 사는지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가방을 메고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아디오스. 엔젤"
"Good-bye, Flowers."
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이 인사가 정말 우리가 주고받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 아침에 천사를 만났고 꽃이 되었다.
어른의 영어 > About Korea 1 > 실제 에피소드
Korean people are warm, friendly and like to care for others. We are cooperative and passionate.
That's why we like to gather and cheer for world sports together.
Korean people are conscious about what other people think about them. People like to care about the way they dress and their appearance. That's probably why Korean fashion and cosmetics became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