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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사자 Aug 21. 2021

여행 중에 심심하면 친구에게 편지를 쓰세요.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기도 하고요.

프리츠, 나에게 스페인 여행은 낮에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는 지금 스페인, 포트마린에 있어요. 오늘은 걸은 지 이틀째 되는 날이고, 거의 8시간을 걸었어요. 걷기가 쉽지는 않지만,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것이 정말 좋아요.  스페인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사람들은 다정하고 친절해요.


아침에는 거리에서 풀을 먹고 있는 말을 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이 내 등 뒤로 와서 내 가방을 먹기 시작했어요. 프리츠도 알죠? 한국은 말이 흔하지도 않아서 나는 말을 잘 몰라요. 나는 너무나 두려웠고, 그 말이 내 머리를 먹을까 봐 무서웠어요. 어떤 한 남자가 내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도와달라고 사정했어요.


내 가방을 먹으려고 했던 말들 & 무서워하는 나를 찍기에 바빴던 독일 남자


그런데 그는 도와주기는커녕 갑자기 나를 마구 찍는 거예요. 한 장만 찍고 나를 도와줄 주 알았는데 계속 사진만 찍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말은 계속 내 가방을 우걱우걱 씹고 있었어요. 주변에 나를 구경하는 다른 여자들이 보이길래 그들에게 갔어요. 도와줘요… 그녀들은 당황하면서 나를 피해 흩어졌어요.


프릳츠, 나는 이렇게 말에게 먹혀 죽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니까요. 나는 제주도에서조차 말을 가까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가 불현듯 말이 왜 내 가방을 먹는지 그 이유를 알았어요. 내가 어제 먹다 남은 체리와 과일을 봉지에 담아 가방에 매달아 놓은 것이 생각나더라고요. 서둘러 가방을 벗어던졌어요. 그제야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고 몇몇이 나를 도와줬던 거 같아요.  


나를 도와주지 않고 사진만 냅다 찍었던 그 독일 남자를 찾아가 그의 즐거움이 되어준 내 사진을 받거나 지우게 하겠다고 결심하며 다시 걸었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어요.


프리츠, 나는 즐겁게 잘 걷고 있어요. 내일은 22Km를 걸을 예정이에요.


Chao




물집을 피하는 나의 방법


사족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 카페에서 조금 친해진 쌍둥이 할머니를 만나서 ‘말에게 먹힐뻔한’ 이야기를 했더니 두 분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는지 한참을 웃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해주었다.


“얘야, 말이 얼마나 다정한지 아니? 말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있는 서울은 길에서 말을 이렇게 쉽게, 함부로 만날 수가 없단 말이에요.”라고 우리 외할머니에게 말하듯이 칭얼댔다. 산티아고는 이렇게 칭얼대도 모두 다 받아주는 이상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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