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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사자 Aug 19. 2021

진짜로 가게 될 줄 몰랐네

더 희미해지기 전에 남겨두는 오래 묵은 여행  얘기

제이슨은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만들었다. 그의 집은 학교 캠퍼스 내에 있었고, 가끔 수업이 끝난 나를 불렀다. 내가 그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커피나 한잔하고 가라고 했다.


캠핑과 여행을 좋아하는 제이슨은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와 함께한 스페인 여행 얘기를 꺼내며 사진을 보여 주었다.


훈제족발로 보이는 음식 사진을 보여주며 그 음식을 먹기까지의 얽힌 에피소드와 그 맛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말해주었고, 녹색이 가득한 시골의 아침을 보여주며 평화로웠다고 했다. 어느 식당 주인과 찍은 사진을 내밀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사실 제이슨의 부인 안드레아가 스페인 문학을 전공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 난 그의 ‘말이 통하지 않아도’’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유럽을 다녀와 본 적이 없는 나는 그 사진 속의 풍경과 이야기들이 생소했다. 그리고 안개가 가득 찬 스페인의 시골 풍경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행사진 보는 것이 재미없으면 말해.”

“여기가 스페인이란 말이지... 사진 속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조! 만약 유럽여행을 간다면 꼭 스페인을 가! 특히 시골. 정말 좋아할 거야!”


내가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제이슨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노트북과 DSLR 카메라 그리고 한 달을 버텨줄 개인 물건을 담은 배낭


스페인에 간다. 제이슨의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 막연하게 그 풍경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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