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할렘가에서의 추격전
내 지갑을 노린 소매치기들은 두 명, 겉으로 보기에는 스무 살도 안 된 앳된 여자아이들이었다. 오우와 나는 수다를 떠느라 그 아이들이 내 가방 속의 지갑을 뺀 것도 몰랐다. 다만 허공에 내 지갑의 ‘긴—-끈’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반사적으로 내 지갑을 든 여자아이의 팔뚝을 잡았다. 난 손이 큰 편이었고 그 여자아이의 팔뚝은 가늘었다. 내가 본인의 팔뚝을 잡자 또 다른 여자아이에게 내 지갑을 넘겼다. 그때도 지갑은 보지 못했다. 다시 한번 내 지갑의 '긴—-끈’이 하늘로 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것이 보일 뿐.
난 다시 그 두 번째 여자아이를 쫓았다. 그 사이 오우는 첫 번째 여자아이를 잡고 놓지 않았다. 그 의미는 내가 쫓아가고 있는 두 번째 아이가 다시 지갑을 건네줄 파트너가 없다는 말. 지갑을 들고 도망가는 아이가 건널목을 건너고 그 새로 시작된 거리의 야외테이블에는 관광객들이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내 지갑 내놔!!"
우렁 찬 내 목소리에 모두 쳐다보았고, 테이블 옆을 지나던 유아차를 끌고 있던 두 명의 아주머니들이 다급하게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나를 보았다. 결국, 두 대의 유아차가 내 앞을 달리던 그 여자아이의 길을 막게 된 상황.
내가 소매치기를 잡았나 싶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그 아이에게 ‘지갑 돌려줘'라고 말했더니 이 아이가 빈 양손을 보이며 웃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때 뒤에서 오우가 소리쳤다.
“언니, 지갑을 바닥에 던졌어!”
바닥을 보니 긴 끈이 달린 내 지갑이 있다. 지갑을 주워 들고 보니 어느새 두 아이가 없다. 오우도 얼굴이 상기되어 내 옆으로 왔다.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우리 앞에는 아까 그 유아차 아주머니들이 서 있다.
“걔들은 우리 스페인 사람이 아니야. 루마니아에서 온 애들이야.”
"스페인 사람이라도 해도 괜찮아요. 이 일 때문에 스페인이 싫어지지는 않아요.”
스페인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아 진심으로 대답해주고 웃었더니
“진짜 아니라니까... 개들은 루마니아인이야. 그리고 그 지갑 크로스로 메.”
“알겠어요. 크로스로 멜게요.”
“지금 당장! 우리 앞에서 메!”
나는 고분고분 그녀들의 말을 들었다.
“그래. 잘했어.”
유아차 아주머니들은 그제야 갈 길을 갔다. 우리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마드리드의 할렘가에 있는 플라밍고 극장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