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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Aug 10. 2024

3분으로 담는 글

Editor's Music 에디터 콘텐츠 / Editor.궁화

 내 이야기가 멜로디에 담긴다면, 나는 아마 심취해서 4절, 5절까지 돌림 노래 마냥 끝없이 이야기하겠지. 아니면 3분으로 제한한다 한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찝찝함만 남기고 끝날 것 같기도. 마치 마지막 문장이 ‘그러니까 결론은,’으로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지금,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타닥탁- 소리로 리듬을 타고 있지만 정작 써 내려가는 말은 없다. 나는 3분 안에 이야기를 담지 못했으니.    

 

 모든 글에 내가 아니어도 ‘나’라 지칭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꼭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쓰게 되니까. 그런데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도 나를 생각하며 쓰지 못할 때가 있다. 시를 쓰는 사람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아닌, 가사를 쓰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와는 다른 영역인데, 만들어진 노래에 문학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부르는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를 쓰는 디자이너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음절을 생각하고, 트렌드를 생각하고, 리스너를 생각해야 한다. 이토록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고등학생 시절, 작지만 깨끗했던 교내 도서실에서 발견했던 김이나 작사가의 책이 생각난다. 사실 누구보다 3분 내외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차마 <김이나의 작사 법>이라 적힌 그 책을 열어볼 수 없었다. 어렴풋이 생각해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가사를 적는 일이 무서웠던 것 같기도. 얼마 가지 않아 故 김광석의 미발매 곡에 가사와 멜로디를 뽑는 공모전이 열렸는데, 예선에도 들지 못했지만 잔뜩 긴장한 채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보니 그에 대한 팬심 하나는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가사가 채택되지 못했던 이유는 내 입장으로만 쓴 팬송˚이라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는 어린 마음에 그 뒤로 작사가의 길을 포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작사만 한다고 해서 각자의 마음을 숨겨야 하는 건 조금 속상하다. 아마 내가 넘겨짚을 수 있는 사실은 고작 작사가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정리한 텍스트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작사가는 가수들, 혹은 그의 팬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식의 엄격함을 드러내고는 한다. 그래서일까, 싱어송라이터와 작사가 두 가지 직업이 갖고 싶었던 나의 입장에 보면 조금 더 그들의 내면이 궁금하고, 노래에 내비쳐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내가 김광석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접 작사하지 않아도 그가 쓴 가사처럼 찰떡같이 소화해 인생을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었기 때문인데, 이처럼 가수는 가수만의 몫이 있다. 그러니 작사가도 무언의 틀과 부담감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들이 담아준 이야기가 사실은 진짜 마음속에서 외치는 글이라는 생각과 함께. 타인의 목소리를 빌어 전하는 메시지가 어찌 계산된 글일 뿐이랴.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비로소 위로받는 것.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닌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일 테니. 물론 전문가의 영역과 룰을 내 마음대로 어그러뜨릴 생각은 없으나, 부르는 이들에 대한 실례로 치부할 것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가 멜로디를 만났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작사가를 향한 나의 팬심.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난다면 가사를 만들어낸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짧고도 긴 이야기를 함축했는지 들여다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 이 3분에 이야기를 담지 못해도 한 장에는 담을 수 있는 이가 존경을 담아 응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팬송 : 가수가 팬에게, 혹은 팬이 가수에게 전하는 마음을 담은 곡.


① 작사가 김이나

Q. <저녁하늘> 가사를 쓰시면서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셨나요?

A. '나에게만 슬픔과 아픔이 있다고 생각했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저녁 하늘이 왜 슬픈지 사람들은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됐고요. '나만 이상한 종류의 쓸쓸함을 느끼는 게 아니고, 다들 비슷비슷하게 외로워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유가 되기도 했어요.

· <제발,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채널 예스 인터뷰 : 글 임나리


② 작사가 조윤경

제가 시그니처가 분명한 작사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아름다운 글자와 발음 안에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나가는 걸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 아이돌 특집 <우리는 판타지를 포기하지 말기> 채널 예스 인터뷰 : 글 정다운


③작사가 박주연



목소리를 빌어 세상에게 외치고 싶은 가사.

소리로 듣는 글을 쓰는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보내는 글.


Local Editor 궁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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