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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an Jan 02. 2021

원더우먼 - 1984

- 진실이 자유롭게 하리라..


영화는 어린 원더우먼이 아마존전사들과 벌이는 경기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에 불과한 원더우먼이 성인 여자들과 나란히 출발점에 선다.

꼬마를 무서워 보이는 아마존 전사들과 경기를 시키다니.. 그러나 이 꼬마는 보통 꼬마가 아니라 원더우먼이다.  따라서 원더우먼은  곧 아마존의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등으로 경기장에 돌아온다. 승리를 외치려는 순간 여왕이 원더우먼을 막는다.

 지름길을 택했기 때문에 트릭을 썼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언제나  언제나 진실을 택해야 한다고 한다.  진실은 아름답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영화는 1980년대로 이동한다. ( 이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이 최강 국가로써 지위를 누리는 동안  풍요롭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깨를 잔뜩 부풀린 파워 의상,  여성의 활발해진 사회활동을 반영하는 듯한 매니쉬룩, 브레이크 댄스 등 8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이 흥미로왔다.  잠시 1980년대로 빠져드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시대의 효과적인 재현은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거의 주요한 장점인 것 같다.)


1980년대에 원더우먼은 고고학자로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별 볼 일 없는 외모와 소심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위 아싸인 한 여성 바바라 미네르바 (크리스턴 위그)를 도와주며 친해지게 된다.  바바라는 눈에 띄는 미모에 쿨한 성격까지 인싸 성향이 뚜렷한 원더우먼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하며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바바라는 FBI로부터 어떤 스톤의 존재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신비한 크리스탈처러 보이는 이 스톤을 향해 "원더우먼처럼 강하고 섹시하게 만들어달라"는 소원을 빈다. 그런데 기적처럼 이 스톤은 알라딘의 마술램프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스톤이었다. (더구나 소원을 비는 횟수 제한도 없다.) 이 영험한 스톤 덕에 바바라는 섹시해져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인싸가 된다.  예측대로 영화는 평범하고 위축되어 있던 약자였던 바바라가 갑자기 생겨난 자신의 힘을 깨닫고 그 힘을 사용하여 빌런(악당)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맥스웰 로드 (페드로 파스칼 분)이다. 왠지 사기꾼 필이 풍 풍 나던 그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바바라의 사무실에서 스톤을 발견한 순간 이 스톤의 영험함을 한눈에 파악한다.  바바라에게서 스톤을 가져간 그는 아예 스톤 자체가 되겠다는 소원을 빌고,  남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그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  점차 힘을 키워나간다.  사업은 성공을 거듭하고, 거의 신처럼 되어가는 그..  그러나, 스톤의 힘은 무한정이 아니어서 남의 소원을 들어줌에 따라 대가인 듯 그의 건강은 악화된다.. 욕망에 함락되어 자신을 잃어가는 그의 모습은 자본주의 소비시대에 물질과 욕망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왜 이 영화에 빌런이 두 명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원더우먼과 바바라의 갈등은 소위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로 읽혀 식상해 보인다. 바바라는 평범한 여자의 표상이다. 여성이라는 존재만으로 폄하받는 존재. 이러한 약자가 힘을 갖는 것만으로 악녀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다분히 남성의 시선이다. ( 바바라가 스톤을 맥스웰 로드에게 뺏긴 것도 억울한데 지상계의 최고 포식자가 되겠다는 그녀를 종국에는 흉측하게 고양이 같은 괴물로 만들어버리는데, 현실에서 강자로 위치하려는 여성의 노력을 희화하 시킨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이 맥스웰조차 불안하고 소외된 청년기를 거쳐 성공과 남에게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극대화된 존재로 합리화되며 그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들과 극적으로 상봉하며,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악이 처벌받지 않는 참으로 슈퍼 히로물 같지 않은 착한 영화이다.


그러나 가여운 바바라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인지...(영화 맨 마지막 장면, 카메오처럼 등장한 원조 슈퍼우먼은 바바라가 원더우먼처럼 되고 싶어 성형 수술을 하여 나타난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슈퍼우먼 1984>는 세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을 만큼  볼거리를 제공하며, 주제도 놀라울 만큼 도덕적이다.   우리는 진실을 택해야 하고, 지나친 욕망은 화를 부른다. 


진실은 정말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그러나, 현실은 진실을 왜곡하고 더 많은 것을 탐하는 자들 ,, 빌런이 지배하기 십상이다.. 

슈퍼 히로물에서 이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물론 정확한 현실인식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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