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기린 보러 다녀온 사람 바로 저예요!
롱가는 내가 가장 특별히 아끼는 기린 인형이다. 기린을 보기 위해 떠났던 신혼여행의 감동과 추억을 잔뜩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은 멍한 표정에 잔망스러운 색이 매력적인 이 친구를 호주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의 기념품 샵에서 만났다.
시드니에 있는 이 동물원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한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걸어 다니는 기린을 볼 수 있다. 기린의 얼굴을 눈높이에서 가까이 볼 수도 있었다. 당시 여러 국가를 놓고 신혼여행지를 고민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기린을 보러, 호주에 가자!
그렇게 만난 기린은 얼마나 감동스러운 자태였던지! 쨍쨍한 햇살 아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린을 만났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기린의 혀가 검은색이고, 그것을 도르르 말아 무언가를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땐 살짝 충격이었지만, 다행히 나의 애정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선명한 색감과 까맣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이 너무 예뻐서, 그곳에서만 1시간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기념품 샵은 한쪽 벽면이 모두 기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를 파산시키려고 작정을 한 게 틀림없었다. 수많은 기린 인형과 피규어들 사이에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어떤 친구를 데려가야 하나 꼼꼼히 살펴보다가 커다란 기린들 사이에서 나를 조금은 맹하게 쳐다보던 이 친구를 발견했다.
‘타롱가’라는 이름에서 뒤의 두 글자를 따 ‘롱가‘라고 단숨에 이름을 지었다. 기린 하면 목이 길다가 곧바로 연상되기 때문에 이름에 ‘롱(long)'이 들어간다는 점도 딱 마음에 들었다. 마치 머리카락 같은 갈퀴 사이로 솟은 하얀 귀여운 뿔과 초롱초롱한 눈 덕분에 호기심 가득한 아기 기린처럼 느껴졌다. 손 위에 올려 말캉말캉 쥐었다 폈다를 하다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신혼여행 내내 이 친구를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롱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린 중에 가장 사진이 많은 친구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피노 그리도 한 잔 할 때도, 유명한 식당에서 홍콩 킥 칵테일 한 잔 할 때도, 복잡한 시드니 시내를 지도로 탐방할 때까지 모두 우리의 곁에 있었다. 요즘에는 발리에서 가져온 목걸이를 목에 걸고, 집에 있는 기린들 제일 가운데에 앉아서 당당히 힙을 뽐내고 있다.
오늘도 롱가는 말없이 내 곁에 앉아, 언제나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 덕분에 나는 매일 조금 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