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마케팅의 정석'
마케팅의 시작점이 바뀌었다
신제품은 상품기획, 시제품 제작, 생산, 조립, 판매, 사후관리라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노트북을 예로 들면, 구매자는 하이마트와 같은 큰 매장에 가서 출시된 노트북들을 살펴보고 사양, 디자인, 브랜드, 가격, 보증기간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구입을 결정합니다. 판매가 시작되어야 비로소 상품을 접하게 되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와디즈, 텀블벅, 농사 펀드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은 제조의 시작점인 상품기획 단계부터 구매자에게 상품의 특징과 디자인 등을 알려줍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구매 후 제품을 받기까지 일정한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리턴 및 리워드 금액, 가격, 출하일, 배송 일 등이 제시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액을 지불한 뒤 제품을 받기까지 몇 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구매자는 실제 존재하는 제품이 아닌, 제작자가 만들겠다고 제시하는 제품의 기능과 특징, 디자인만을 보고 제품을 구매합니다. 이전까지의 구매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을 지켜보면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긴 시간을 기다리며 펀딩에 참여하는 구매자들은 과거처럼 기업이 만들어놓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상품기획, 시제품 제작, 생산, 조립, 판매, 사후관리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렇게 서로 연결된 관계를 실현합니다. 제작자와 구매자 사이의 이러한 상호작용은 크라우드 펀딩이 하나의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미한 흐름이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앞으로 기존의 제조방식을 변화시키리라 예상됩니다.
로봇 청소기의 경우, 전에는 상품 분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알아서 집을 청소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로봇 청소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로봇 청소기를 만드는 것도,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로봇 청소기를 포함한 현대의 가전제품은 대부분 PCB(프린트 기판), 전자부품, 내장 소프트웨어, 외장부품, 설명서 및 부속품과 상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게 끝이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이 여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CB라 불리는 프린트 기판은 전자부품을 고정시키고 배선을 하기 위한 널빤지 모양의 부품으로 심장부에 해당합니다. 컴퓨터의 메인보드와 같습니다. 여기에 전자부품을 조합해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내장합니다. 거기에 일정한 형태의 디자인이 필요하므로 외장부품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사용설명서와 전원장치 등의 부속품을 넣고 포장을 하면 됩니다. 들어가는 부품은 대부분 모듈화 되어 있어 사용하기 쉽고, 알리바바 등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조달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친구, 가족,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의 영역을 커버하며 더 큰 시장을 만들고, 대출 등 안정적 상품과 벤처투자와 같은 고위험 상품 사이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가 되면 전 세계로 확산이 되기도 합니다. 국 내에서 구매해 주는 사람이 100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품화가 어렵겠지만, 10개의 나라에서 100명씩의 수요가 있다면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틈새시장이라고 불렸던 작은 시장이 글로벌 틈새시장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본과 시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 알아서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대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독창적이며 참신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처음에는 재미있던 아이디어가 제작 단계에서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의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고, 기존고 객을 지키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라는 필터링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저 그런 제품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사장이나 임원이 탐탁지 않게 여겨 멋진 기획이 없어지기 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터넷 세상에 국한되었던 IT가 생산, 제품 등 제조업과 결합되면서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요구르트가 요구르트 아줌마 채널을 통해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관점의 융합제품과 시장이 전통적인 영역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제조업은 ‘제품 출시 시기(Time to Market)’가 속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하고 조기에 신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한 효 율적인 시제품 제작과 최적화된 양산 시스템에 대한 핵심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은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대중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실시간 소통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 오픈소스 자동차 공장인 미국의 로컬 모터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솔즈사는 스마트폰 앱과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인의 발 모양에 최적화된 맞춤형 깔창을 주문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 체제에서 출시되기 어려운 독특한 제품이, 그리고 개인화된 제 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 글은 <마케팅의 정석 / 도서출판 책길 / 은종성 지음>의 도서 일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마케팅의 정석>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바로가기 알라딘바로가기 예스24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