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시대의 숨은 강자, 팔란티어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왜 AI 서비스의 중심은 B2C가 아닌 B2B, B2G인가?

AI 서비스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챗GPT로 글을 쓰고, 퍼플렉시티로 정보를 검색하고, 노트북LM으로 방대한 내용을 요약하고, 캔바(Canva)에서 디자인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AI는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비꿔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개인적 활용을 넘어 조직운영 전반을 바꾸고 있는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AI 서비스의 중심은 B2C가 아닌 B2B인가?’에 대한 구조적 이유와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B2B와 B2G 산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팔란티어(Palantir)’의 사례를 통해,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서비스와 실제 산업의 무게중심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AI 시대의 숨은 강자, 팔란티어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의 내용은 도서 <AI 빅 웨이브, 기술을 넘어 전략으로>의 내용이 인용되어 구성되었습니다. <AI 빅 웨이브, 기술을 넘어 전략으로>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러닝 서비스 '인터뷰어'에서 저자 직강 강의와 참고자료(추가 영상 및 교안 등) 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hapter 1. AI 시대의 숨은 강자, 팔란티어는 누구인가?

수많은 기업이 AI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정작 ‘진짜 돈을 버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팔란티어(Palantir)’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답을 제시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페이팔 마피아와 9.11 테러, 어둠 속에서 태어나다

팔란티어의 시작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그룹, '페이팔 마피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페이팔 시절, 러시아 마피아의 정교한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해 '이고르(Igor)'라는 내부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기계가 사기를 탐지하는 것을 넘어, 인간 분석가가 AI의 도움을 받아 사기 패턴을 파악하는 '기계 증강 지능' 철학을 기반으로 했다고 합니다.


이 기술적 영감은 9.11 테러라는 시대적 비극과 만나 팔란티어의 사명이 되었습니다. 당시 FBI, 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각자 데이터를 꽁꽁 싸매고 있어 테러의 징후를 연결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피터 틸은 바로 이 '흩어진 점들을 연결하여 위협을 예측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팔란티어를 설립했습니다.


CIA의 비밀 병기에서 실리콘밸리의 거물로

팔란티어의 첫 투자자는 다름 아닌 CIA의 벤처 캐피털 부문인 '인큐텔(In-Q-Tel)'이었습니다. 이는 신생 스타트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신뢰도를 부여했습니다. 팔란티어는 CIA, FBI, 국방부(DoD) 등 가장 까다로운 고객들과 협력하며, 대테러 작전, 테러 자금 추적 등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파악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팔란티어의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가 안보라는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 단련된 기술력은 훗날 팔란티어가 민간 시장으로 진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생사가 오가는 환경에서 검증된 데이터 분석 능력은 일반 기업의 재고 관리나 공급망 최적화 문제에 적용되었을 때 압도적인 신뢰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계의 '운영체제'를 꿈꾸다

팔란티어의 비전은 단순히 뛰어난 분석 도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기업이나 기관이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며, 시각화하고,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하나의 거대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 분석하는 툴, 시각화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제각각인 다른 기업들과의 근본적인 차별점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데이터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팔란티어가 AI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20년간 갈고닦은 핵심 역량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팔란티어 비즈니스모델

Chapter 2. 팔란티어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그럼 팔란티어는 기술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을까요? 팔란티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는 사뭇 다른, 독특하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부를 위한 '고담',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

팔란티어의 핵심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플랫폼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고담(Gotham)입니다. 고담은 정부와 국방, 정보기관을 위한 플랫폼인데요.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경 도시처럼, 어둠 속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위협(테러, 금융 사기, 마약 거래 등)의 패턴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디지털 체스판' 위에 올려놓고, 지휘관이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Foundry)입니다. 파운드리는 고담의 성공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입니다. 제조,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은 정부 기관 못지않게 복잡한 데이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현실 세계와 똑같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공급망 최적화, 생산성 향상, 내부 비리 감지 등 기업 운영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보이지 않는 강력한 엔진, '아폴로'와 'AIP'

고담과 파운드리 뒤에는 이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아폴로(Apollo)와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가 있습니다. 아폴로(Apollo)는 고객사의 자체 서버든, 아마존 AWS 같은 클라우드든, 심지어 기밀 네트워크든 상관없이 고담과 파운드리를 자동으로 설치하고 최신 상태로 유지해주는 SaaS형 유지보수 플랫폼입니다. 덕분에 팔란티어는 고객이 늘어나도 일일이 엔지니어를 보내 관리할 필요 없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챗GPT 열풍 이후,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우리 회사 기밀 데이터가 외부 AI 학습에 쓰이면 어떡하지?'였습니다.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기업 내부 데이터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AIP를 통해서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단 써보세요' 비즈니스 모델

팔란티어의 고객 확보 전략은 '확보(Acquire), 확장(Expand), 규모화(Scale)'의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팔란티어가 비용을 감수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사 플랫폼의 가치를 증명합니다(확보). 일단 그 효과가 입증되면,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며 조직 전체로 사용 범위를 넓혀나갑니다(확장).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고객의 핵심 운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 팔란티어는 막대한 규모의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게 됩니다(규모화). 이는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한번 고객이 되면 평생 가치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을 노리는,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한 고위험 고수익 전략입니다.


일단 팔란티어의 플랫폼이 조직의 신경망처럼 자리 잡으면,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죠. 또한, 더 많은 부서가 데이터를 연결하고 사용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조직의 뇌를 들어내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비용과 위험을 동반하기에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Chapter 3. 왜 B2B와 B2G가 AI의 진짜 승부처인가?

팔란티어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AI 기술의 진짜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시장, 즉 기업(B2B)과 정부(B2G) 시장을 정확히 겨냥했습니다. AI 스타트업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보이는 AI vs. 돈 버는 AI

챗GPT,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Perplexity)처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와 직접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프론트 AI(Front AI)’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챗봇, 자동 요약, 이미지 생성 도구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주목을 받는 이들 서비스와 달리, 실제로 AI 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의 대부분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 Insight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가장 주목할 만한 AI 스타트업 100곳 중 대다수(95%) 이상이 B2B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B2C 기반 서비스는 인공지능의 일부에 불과하며, AI 기술의 주된 사업 무대는 기업 내부, 즉 B2B 시장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의 법칙이 다르다: B2B와 B2C의 근본적 차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AI 비서나 추천 알고리즘 같은 소비자용(B2C) AI 시장과 기업/정부용(B2B/B2G) AI 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B2C 시장이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구매에 의존한다면, B2B/B2G 시장은 길고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철저히 투자수익률(ROI)에 기반해 움직입니다.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는 목적은 명확합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며, 반복적이고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제 해결의 범위가 뚜렷하기 때문에 AI의 도입 효과를 수치로 확인하기도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 분야에서는 AI가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해 생산 중단을 줄이고, 금융업에서는 이상 거래를 감지하며,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기록을 분석해 더 정확한 진단을 돕습니다. 이처럼 기업용 AI는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B2B의 핵심,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B2B 분야는 ‘기술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이 실제로 지불할 의사가 있을 만큼의 가치를 느껴야 합니다. 기업 고객은 새로운 기술을 쉽게 도입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자문해야 할 첫 질문은 “우리 솔루션은 기업이 시간과 예산을 써서라도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B2B AI 스타트업들은 법률, 물류, 제조, 헬스케어처럼 복잡한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버티컬 AI’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용 AI 챗봇의 KPI는 ‘응대 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같은 것입니다. 이런 개선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실제 비용과 성과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 해결’이 됩니다. 막연히 “업무를 더 편하게 해줍니다”라는 수준의 메시지로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B2B 시장에서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기업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의학 용어와 임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금융 분야에서는 규제 준수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많은 B2B AI 스타트업들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하며 실제 환경에서 솔루션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검증하고, 구체적인 사례(레퍼런스)를 확보해 신뢰를 쌓습니다.


기회와 함정: B2B 시장의 매력도와 생존 전략

B2B는 고객 한 명당 지불 가치, 즉 LTV(Lifetime Value)가 B2C 보다 높은 시장입니다. 게다가 한번 도입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특성상, 고객 충성도도 높죠. 이러한 틈새가 바로 스타트업의 무대입니다. 작은 문제일 수 있어도,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줄 수 있다면 기업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기존 대기업 소프트웨어 벤더들도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들의 플랫폼에 AI 기능을 속속 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은 명확한 브랜드와 독보적인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수익성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특히 외부 API에 의존할 경우, 사용량이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증가하게 되는데, 이 구조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자체 모델을 호스팅하거나, 오픈소스 LLM을 활용하는 등의 원가 절감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데이터 사일로를 넘어

팔란티어의 사례는 AI 시대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줍니다. 단순히 더 화려하고 똑똑한 AI 모델을 만드는 경쟁을 넘어, '그 기술로 고객의 어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실질적인 돈을 벌어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은 재무팀, 생산팀, 고객 관리팀의 데이터가 각기 다른 곳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부서마다 데이터의 언어와 형식이 달라 소통이 불가능한 '디지털 바벨탑'과 같은 상태죠.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AI를 도입해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팔란티어의 본질은 바로 이 데이터 사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흩어진 데이터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만드는 '데이터 교통정리' 전문가인 셈이죠. AI 시대의 진정한 가치는 AI 두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두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잘 정돈된 데이터 도로망을 깔아주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AI 기술을 통해 고객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주는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AI 시대의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팔란티어 비즈니스모델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시대에 포토샵은 망할 것인가? 어도비의 생존전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