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이케아(IKEA), 외부환경 변화가 던지는 경영전략 시사점
한때 가성비 왕국이던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서 왜 흔들리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 등의 내용이 참고되어 구성되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 초기 성공의 핵심은 원가우위와 차별화의 동시 달성에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도 매력적인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춘 가구·생활용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는 뚜렷한 가치 제안을 내세웠습니다. 경영전략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일반적으로 상충된다고 여겨지는 원가우위와 차별화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에서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존 가구 소매업체와는 완전히 다른 활동들을 결합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 가구회사들은 자체 디자인 없이 완제품을 판매하지만 이케아는 모든 제품을 자체 디자인하고 모듈 방식으로 만들어 고객이 직접 조립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DIY 조립 시스템은 완제품 배송이 주류이던 업계에서 파격적인 혁신이었습니다. 이케아는 이를 통해 제품 스타일과 원가를 철저히 통제하여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디자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고객에게 일부 불편을 전가하는 대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략으로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이 같은 가치혁신은 블루오션 전략의 ERRC 프레임워크로 잘 설명됩니다. 이케아는 가구 유통시장에서 여러 요소를 제거(Eliminate)하고 축소(Reduce)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Create)하고 중요 요소를 강화(Raise)하면서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한 기업입니다.
전통 가구판매점에서는 당연시되던 완제품 배송과 상시 판매직원 서비스를 상당 부분 제거했습니다.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픽업하고 조립하도록 함으로써 완제품 운송 필요를 없애고 판매 인건비를 최소화했습니다. 그 결과 물류비와 인건비 등 큰 비용 요소를 제거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가구 구매 시 제공되던 배송 및 조립 서비스 수준을 크게 축소했습니다. 필요한 고객에게는 유료 옵션으로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기본적으로는 고객의 셀프 배송·조립을 전제로 하여 서비스 비용을 낮췄습니다. 또한 도심 중심의 소형 매장 대신 교외의 대형 매장을 선택함으로써 고가의 도심 매장 임차료 지출도 줄였습니다.
제품 다양성과 디자인 수준, 그리고 매장 내 체험 요소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 진출 당시 매장에는 8,600여 가지에 달하는 폭넓은 제품군을 갖추었는데, 특히 그 절반 이상을 생활소품 등 홈퍼니싱 소품류로 구성하여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했습니다.
이는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까지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경쟁자 대비 차별화를 이룬 부분입니다. 또한 매장 내에 수십 개의 쇼룸(모델하우스식 전시공간)을 마련해 실제 집처럼 꾸며놓은 공간을 체험하게 했습니다.
광명점 오픈 당시 무려 65개의 다양한 콘셉트 쇼룸을 한국인의 주거 특성에 맞춰 선보였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체험 욕구를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쇼룸 중심의 매장 경험과 함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식당(스웨덴 미트볼 등)과 카페, 키즈존을 둬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즐거움을 높였습니다.
이케아는 한국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 요소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우선 DIY 가구조립 문화를 국내에 정착시켜, 가구 구매에 고객이 참여하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소비 요소로 창출했습니다. 또한 주말에 가족이 함께 교외의 대형 매장을 찾아 나들이하듯 쇼핑하는 문화를 만들고,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 트렌드를 대중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전통 가구시장이나 고가의 인테리어 시장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이케아 코리아는 진출 초반 국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혁신 덕분에 이케아 코리아는 원가우위(낮은 가격)와 차별화(독특한 디자인·체험)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체 디자인·대량생산 및 고객조립 시스템은 경쟁사들이 따라 하기 힘든 원가 경쟁력을 제공했고, 한편으로 세련된 북유럽식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값싸고 예쁜 가구"라는 새로운 시장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진출 초창기 국내에는 이처럼 가성비 좋은 가구를 대규모로 제공하는 업체가 드물었기에 이케아의 경쟁우위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실제 광명점 개점 후 불과 35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기록이 말해주듯이, 이케아의 라이프스타일숍 형식 매장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거대한 초기 수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한샘, 현대리바트 등 기존 국내 강자들도 이케아를 따라 생활소품 전문 매장을 계획하거나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서는 등, 이케아가 촉발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컨대, 이케아 코리아의 초기 성공 요인은 차별화와 원가우위를 동시에 창출한 전략적 차별화에 있었으며, 이는 한국 시장에서 10년 전에 이케아가 거둔 성공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차별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동질화와 진부화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처음의 성공요인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케아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크게 바뀌게 됩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구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는 사회로, 1인 가구 비중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처음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던 1인 가구는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24년에는 전체 가구의 36.1%에 달합니다.
1인 가구 증가는 가구 소비행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족 단위로 대형 가구를 구매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이제 작은 주거공간에 맞는 컴팩트한 가구나 다용도 수납 가구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는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 고령자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주거 이동이 잦고 자가용이 없거나 작은 차량을 쓰는 경우가 많아 대형 가구를 직접 운반·조립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이들은 가격 민감도는 높지만 동시에 편의성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1~2인 가구의 상당수는 전월세 거주로 잦은 이사를 고려해 크고 무거운 가구 대신 생활소품 위주로 집을 꾸미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홈퍼니싱 시장의 성장 요인이 되었지만, '가구 =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구매'라는 이케아의 전통적 모델에는 도전 요인이 되었습니다. 1인 가구가 많아질수록 DIY 조립이나 직접 운송의 부담을 꺼리는 고객층이 확대되고, 조립 서비스와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유통 전반에서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된 가운데, 가구·인테리어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과거 소비자들이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을 돌며 실물을 봐야 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공간에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일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등은 인스타그램처럼 다양한 사용자들의 인테리어 사례(쇼룸)를 온라인에서 구경할 수 있게 하고, 마음에 드는 가구를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기능까지 결합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코로나가 정점이었던 2020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 정보 획득을 위해 오늘의집 앱을 사용한다고 답변했을 정도로, 오늘의집은 국내 인테리어 플랫폼 1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오늘의집 앱 사용경험으로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 '쇼룸'에서 정보를 얻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가구는 전통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가구 구매 여정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에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 가격과 후기를 손쉽게 비교하며,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배송받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의 필요성을 낮추고, 이케아처럼 거대 매장 위주의 전략을 구사해 온 업체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케아 매장은 한때 새로운 경험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반나절 이상을 할애해 이케아 쇼룸을 구경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며 쇼핑을 하는 모습이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오프라인 체험 소비에 대한 피로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 수가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도 팬데믹 장기화로 매장에 손님 발길이 끊기며 매출이 크게 감소했는데, 이는 이후 비대면 소비 트렌드의 정착으로 부분적으로 구조화되었습니다.
팬데믹을 겪은 소비자들은 혼잡한 대형 매장을 기피하고, 사전 예약제나 드라이브 스루 픽업 등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쇼핑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설사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온라인으로 충분한 정보를 얻고 주문까지 할 수 있는데 굳이 몇 시간을 운전해 교외 매장에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케아 매장의 광활한 동선과 동선대로 따라가야 하는 구조도 처음엔 신선했지만 반복 방문 시 피로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초기에는 레저처럼 느껴졌던 이케아 방문이 이제는 시간이 많이 드는 불편한 쇼핑으로 인식될 위험이 커진 것입니다.
이케아 코리아가 개척한 홈퍼니싱 시장의 블루오션이 매력적으로 비춰지자, 국내외 여러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거나 전략을 바꾸며 시장이 점차 레드오션화되었습니다.
국내 1위 가구기업 한샘은 이케아 진출 이후 빠르게 대응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2015년 경 한샘은 소형 생활소품 전문매장을 잇달아 열고, 자사 플래그숍에 이케아식 쇼룸 전시를 강화하는 등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샘은 이케아가 싼 가격의 소품류까지 갖춰 판매하는 것은 대량생산 시스템 덕분이라며 소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독 매장을 여러 곳 여는 전략을 펼쳐 실제 서울과 부산 등에 소형 생활용품 매장을 출점했습니다.
또한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리바트, 신세계의 까사미아, 롯데의 IDC 등 주요 국내 기업들도 잇달아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거나 제품 라인업을 넓혀 다양한 대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Nitori)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니토리는 처음의 의지와 달리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도 가구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쿠팡과 네이버 등을 통해 주문하면 당일이나 익일 배송되는 가구 제품들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일부 온라인 전문 업체들은 조립이 완제품으로 된 가구나 방문 조립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배송 빠르고 설치까지 편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케아의 느린 배송과 직접 조립 모델과 대비되며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위기의식 속에서 이케아 코리아는 최근 들어 침체 돌파를 위한 다양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응 전략의 핵심은 투자 확대와 사업 모델 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2023년부터 향후 3년간 약 3억 유로(한화 약 4,100억 원)를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초기 진출 이후 가장 공격적인 투자로, 그 목적은 소비자가 이케아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는 데 있습니다. 이케아 모회사인 잉카그룹의 톨가 뵈인지 COO는 방한 시 "앞으로 3년간 여러 새로운 형식의 매장과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이케아 코리아는 그동안 정체되었던 신규 매장 출점도 재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동부산점 오픈 이후 4년 넘게 새로운 매장을 내지 않았으나, 2024년 4월 서울 강동점을 오픈하며 국내 5호점이자 서울 시내 첫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강동점은 기존처럼 외곽 독립건물이 아니라 고덕 비즈니스밸리 내 대형 복합쇼핑몰의 1~2층에 입점한 형태로 지어져 도심형 매장 포맷의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케아는 강동점을 시작으로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향후에는 도심 소형 매장이나 팝업 스토어 등의 새로운 포맷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예전처럼 고객이 멀리 찾아오는 수동적 접근이 아니라, 이케아가 고객 곁으로 다가가는 능동적 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즉,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과 온라인 연결을 높이면서 채널 다각화에 나선 것입니다.
앞서 부족했던 온라인 대응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이케아 코리아는 옴니채널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을 통합해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케아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서비스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매장에 오지 않아도 전화나 온라인 화상으로 인테리어 상담을 받고 상품 구매와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장 재고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확인하고,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찾아가는 클릭앤컬렉트(Click & Collect) 서비스도 시행하여 배송 부담을 줄이는 중입니다. 주유소 거점과 제휴한 픽업 서비스 등 해외보다 앞선 시범도 실행한 바 있습니다.
이케아는 내부적으로 IT 투자를 크게 늘리며 (본사에 지급하는 IT 지원수수료가 최근 3년간 191억→242억 원으로 증가)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온라인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오프라인-온라인 경계를 허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한샘 등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뚜렷한 차별화로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케아 코리아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 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한층 세련된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결국 이케아도 '커머스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가격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여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가성비 이미지를 강화하여 수요를 환기하려는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실제 이케아 코리아는 2023년~2024년 사이 약 1,000여 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4% 인하(대표 인기 제품 포함)하고, 앞으로도 800개 이상 제품의 가격 인하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닌, 브랜드 비전과 시장 변화에 대응한 구조적 가격 정책의 변화입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책상, 의자, 수납장 등)나 1인 가구 인기 제품군의 가격을 내려 최저가 인식을 심어주는 키-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멤버십(IKEA 패밀리) 할인, 한정 특가 등 프로모션을 수시로 펼쳐 '이케아가 여전히 싸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원가 압박 속에 과도한 가격 인하가 수익성에 부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에서만 비싸게 판다"는 불만을 해소하고 글로벌 가격 정책을 조정하는 움직임도 지켜볼 지점입니다. 최근 환율 변동 등을 반영해 일부 품목은 한국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해외 직구와의 가격 역전현상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소비자 구성에 맞춰 제품 전략도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1인 가구를 겨냥해 소형가구, 스마트워크용 가구, 이동식 수납 솔루션 등 컴팩트하면서 실용적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한국 주거환경에 맞는 맞춤형 수납시스템이나 다용도 가구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고급화를 원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과거보다 프리미엄 라인업(천연소재 시리즈, 디자이너 협업 컬렉션 등) 출시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편 서비스 측면에서는 배송 리드타임 단축과 조립 대행 서비스 강화가 진행 중입니다.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배송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인기 품목의 경우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당일 배송 시범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조립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을 위해선 신규 조립 서비스 업체와 제휴하여 예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가 조립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기도 하고, IoT와 연동되는 스마트홈 가구나 친환경 소재 제품처럼 미래지향적 상품군에도 투자함으로써, 차세대 수요 선점도 노리고 있습니다.
수익성 방면의 대응으로 비용 구조 최적화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본사에 매출의 3%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추가 IT지원비용 등을 부담하는 구조인데, 매출이 감소하자 본사는 IT지원 등의 명목으로 총수수료를 오히려 늘려 받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국내 법인 이익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사의 투자를 유치하여 한국 사업 확장에 재투자하는 형태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 앞서 언급한 3억 유로 투자도 본사의 적극적 지원 결정 중에 하나입니다.
이케아 코리아는 이러한 본사 차입금을 활용해 재무 유동성을 확보하고 (최근 2년간 본사로부터 장기차입금 1,400억 원 유치, 총 차입금 5,228억 원 규모로 증가) 매장 자동화 등 장기과제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내부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 효율화를 진행하고, 글로벌 소싱 역량을 활용해 상품 매입단가를 낮추는 노력도 병행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케아 코리아가 본사와의 구매약정으로 물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원가 절감 여지가 크지 않은 한계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 확대를 통한 규모효과 회복이 근본 해법으로 여겨지며, 앞서 언급한 매출 증대 전략들(신규 출점, 온라인 강화, 가격인하 등)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케아(코리아)는 기존에 없던 가치혁신으로 경쟁 없는 시장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단숨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블루오션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케아가 개척한 시장에 경쟁자들이 따라오고 소비자 취향이 변하자, 금세 레드오션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이는 곧 전략적 정체성도 고정되어선 안 되며, 환경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재창조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한번 구축한 원가우위와 차별성에 안주하지 말고, 다음 단계의 블루오션을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혁신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사례는 "가치혁신→모방 경쟁→재혁신"의 사이클이 빠르게 도는 현대 시장에서, 전략의 유연성과 선제적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줍니다.
글로벌 표준 모델의 강점을 내세운 이케아이지만,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에 완벽히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 급증이나 온라인 쇼핑 선호 등은 한국이 특히 두드러진 트렌드인데, 이케아 코리아의 전략 대응은 한발 늦었습니다. 현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모델을 조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는 모든 기업이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Think global, act local(전 세계적인 비전·전략을 유지하되, 실행은 각 지역 시장의 특성과 문화에 맞게 조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한국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는 본사의 성공 공식만 믿고 밀어붙이기보다, 현지 팀에 권한을 주어 시장 변화에 신속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케아 코리아가 뒤늦게나마 도심형 매장이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향후에는 사전에 예측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전략적 민첩성을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습니다.
이케아는 오랫동안 '고객에게 일부 불편을 요구하지만 그보다 큰 가치를 돌려주는' 모델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고객이 여기는 가치의 우선순위도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가격이나 디자인을 위해 기꺼이 감수하던 불편이, 이제는 기피 요인이 되었습니다.
고객 가치의 구성요소—가격, 품질, 디자인, 편의성, 경험 등—가 변하면 기업도 가치 제안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경우 '저렴한 가격+괜찮은 디자인'이라는 초기 가치에 '편의성' 요소를 보강하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이 부분을 간과한 대가로 시장 주도권을 일부 잃은 셈입니다.
앞으로 이케아가 다시 성장하려면 편의성과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한편, 자랑이던 가격·디자인 메리트도 지켜야 하는 균형 잡기가 관건일 것입니다. 이는 원가 구조 혁신과 디지털 기술 접목 등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로 보입니다. 요컨대 핵심 가치제안을 시대에 맞게 재조정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 조합을 민첩하게 제공하는 능력이 경쟁우위의 열쇠입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등장은 토종 기업들에게도 위기이자 기회였습니다. 한샘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기존 강자들은 자신들이 간과했던 소비자 니즈(소품 시장 등)에 눈뜨고 전략을 수정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은 변신에 실패해 쇠퇴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 리더의 등장에 대한 경쟁자의 대응 전략은 결과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사만의 강점을 살리되, 상대의 강점을 모방하거나 무력화할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 것입니다. 한샘은 이케아의 약점(접근성)을 파고들어 도심 다점포 전략으로 맞섰지만, 동시에 이케아의 강점(소품)을 수용해 자체 역량에 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샘 자체의 구조 문제 등으로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방향 설정 면에서 시사점이 있습니다.
반면 이케아 입장에서는 경쟁자도 빠르게 학습하고 따라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남들이 못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니토리 진출은 이케아에게 자신의 거울과 같은 경쟁자가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모델끼리의 정면승부에서는 가격, 품질, 서비스 등 세밀한 요소 하나하나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결국 디테일의 경쟁, 브랜드 충성도 경쟁으로 갈 공산이 크기에, 이케아 코리아는 한국 고객층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밀착된 브랜드 구축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경험은 궁극적으로 리테일의 본질이 '고객에게 얼마나 나은 가치를 전달하느냐'임을 상기시킵니다. 한때 혁신적이던 모델도 고객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낡은 것이 되고 맙니다. 이케아는 상품 자체의 디자인·가격 혁신뿐 아니라 매장 경험과 구매 과정의 혁신으로 성공했지만, 그 매장 경험이 식상해지고 구매 과정 혁신이 정체되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따라서 리테일 기업은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전반을 계속해서 최적화해야 합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교훈은 '고객은 귀찮음보다 즐거움을, 기다림보다 즉시성을 점점 더 원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가구 소비자는 VR로 집에서 배치 미리보기, AI 상담, 24시간 내 배송, 전문 설치까지 완벽히 편리한 서비스를 기대할지 모릅니다.
그런 미래에서 이케아가 다시금 선택받으려면, 지금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고객경험 혁신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변화 속에서도 이케아만의 정체성—예컨대 지속가능한 디자인, 모두를 위한 좋은 디자인이라는 철학—은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변화와 일관성의 조화가 어렵지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