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커머스, AI가 추천하고 쿠팡이 돈 버는 이유

AI 에이전트 시대, 결제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이긴다. 이커머스 미래?

지금까지 AI는 소비자의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어떤 제품이 나에게 맞는지 설명해 주고, 비교해 주고, 선택지를 좁혀주는 것까지가 AI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추천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구매를 실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고, 이것을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부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에서 쿠팡, 네이버, 카카오가 돈을 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 영상에서 보다 실무적인 내용을 담아보았습니다(영상 시청해 주세요)

에이전틱 커머스, AI가 추천하고 쿠팡이 돈 버는 이유

추천에서 실행까지 하려는 AI

아직은 두려움도 있지만, 머지않아 사용자가 "출장 준비물 구매해 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이동 일정을 분석하고, 필요한 물품 목록을 작성하고, 최적의 가격과 배송 조건을 비교한 뒤, 직접 결제까지 완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지향하는 그림일 뿐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기존 AI 추천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자율성'에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AI는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AI가 사전에 설정된 조건(예산, 브랜드 선호도, 배송 기한 등) 내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합니다. 아마존이 루퍼스(Rufus)를 쇼핑 앱에 통합해 AI 대화 고객의 구매 완료율을 60% 이상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챗봇이 아닌 이유는, AI의 추천이 즉각적인 결제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추천과 실행 사이의 마찰이 사라지는 것, 이것이 에이전틱 커머스가 만들어내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그렇다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요?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아직 실행보다 추천의 정교화 단계에 가깝습니다. 챗GPT의 쇼핑 기능, 구글의 쇼핑 AI, 그리고 네이버의 쇼핑 AI 에이전트까지. 이것들은 모두 에이전틱 커머스로 가는 과도기적 형태입니다. 결제까지 자동으로 완성되는 진정한 에이전틱 커머스를 위해서는 기술적 조건 이상의 것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있습니다. 이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갖춘 기업이, 검색을 포기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온 네이버라는 사실입니다. 검색, 쇼핑, 결제 데이터를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직접 보유하고, 커머스 전용 AI 모델까지 자체 구축한 기업. 글로벌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에이전틱 커머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 부분은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AI가 추천하고 쿠팡이 돈 버는 이유'에 대한 내용은 도서 <AI 빅 웨이브, 기술을 넘어 전략으로>의 내용이 참고되어 구성되었습니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책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에이전트가 실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에이전틱 커머스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AI 에이전트가 '지금 이 순간'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재고가 있는지, 배송이 언제 되는지, 이 가격이 최저가인지 — 이것이 바로 '라스트마일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구조적으로 이 데이터를 가질 수 없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학습이 완료된 시점(cutoff) 이후의 실시간 정보는 원천적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으로 외부 데이터를 연결하더라도, 초 단위로 변하는 재고와 가격 정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데이터의 위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 자사 채널에서 수집하는 퍼스트파티 데이터(First-Party Data), 외부에서 구매하는 서드파티 데이터(Third-Party data)로 나눕니다. 그런데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는 이 분류 어디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습니다. 바로 '트랜잭션 데이터(Transaction Data)', 즉 실제 결제가 완료된 구매 이력입니다. 이것은 소비자의 '의향'이 아니라 '행동'을 기록한 데이터입니다. 검색어는 관심을 보여주지만, 결제 완료 데이터는 그 사람이 실제로 지갑을 연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다음에 무엇을 살지 예측하려면, 이 트랜잭션 데이터의 축적이 선결 조건입니다.


이 구조가 에이전틱 커머스의 권력 지형을 결정할 것입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 데이터와 네이버페이 결제 이력을 기반으로 수천만 명의 구매 패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수령 이력을 통해 개인의 소비 주기와 재구매 시점을 파악합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송금과 선물하기 데이터를 통해 관계 기반 소비 패턴을 축적합니다. 오픈AI나 구글이 아무리 뛰어난 에이전트를 만들더라도, 이 트랜잭션 데이터 없이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실행' 단계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라스트마일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에이전틱 커머스의 실행 권한을 가진 쪽이 독점하는 경쟁 우위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의 기술 조건과 플랫폼 장벽

에이전틱 커머스가 실제 결제를 자율 실행하려면 몇 가지 기술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 조건들을 살펴보면, 왜 글로벌 AI 기업이 아닌 기존 커머스 플랫폼이 에이전틱 커머스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지가 명확해집니다.


첫 번째는 API 연동과 함수 호출(function calling) 구조의 표준화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외부 서비스와 실시간으로 연결하려면, 플랫폼이 자사 시스템을 외부에 개방해야 합니다. 오픈AI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통해 쇼피파이, 엣시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연결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나 네이버가 자사 결제 인프라를 외부 AI에 개방하지 않으면, 오픈AI의 에이전트는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구매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이 부분은 카카오와 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의 실행 가능 범위는 결국 플랫폼의 개방 의지가 결정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증과 보안의 위임 구조입니다. AI가 대신 결제를 실행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결제 정보와 개인 인증 권한을 AI에게 위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본인 인증과 결제 보안 체계가 글로벌 표준과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외부 AI 에이전트가 이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지체가 아닙니다. 금융 규제와 보안 체계가 기존 플랫폼에게 구조적 해자(moat)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문제입니다. 에이전트가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구매를 실행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 이 질문이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들은 외부 AI에게 자율 구매 실행 권한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에이전틱 커머스의 진입 속도는 기술의 준비도가 아니라 법제도와 플랫폼 정책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정책을 설계하는 쪽은, 지금 결제와 물류 인프라를 가진 기존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중소기업과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AI 에이전트가 나를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내용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즉 생성형 AI를 위한 데이터 최적화입니다. 기존 SEO가 검색 엔진의 크롤링을 고려해 텍스트를 설계하는 것이라면, GEO는 AI 에이전트가 내 상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상품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상품 데이터 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품명, 카테고리 등을 AI가 좋아하도록 구성하는 것입니다. 결국 상세페이지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과 함께 AI에게 읽히는 것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감성적 언어에 반응하지만, AI는 상품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맞는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를 명확하게 서술한 구조적 텍스트를 더 잘 인식합니다. 잘 쓴 상세페이지가 검색 상위 노출을 만들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AI 추천 목록에 오르는 기준도 됩니다.


다음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전략입니다. 네이버, 쿠팡, 카카오가 구축하고 있는 리테일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 플랫폼이 아닙니다. 구매 의도 데이터와 광고 노출을 연결해 클릭부터 실제 구매까지의 전 여정을 추적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광고를 클릭한 사람이 실제로 구매까지 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고 노출부터 클릭, 구매 완료까지 한 플랫폼 안에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안에서 광고를 집행할수록 내 상품의 거래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AI 추천 알고리즘에서 내 상품을 더 자주 노출시키는 근거가 됩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발전할수록 이 생태계 안의 트랜잭션 데이터가 많은 브랜드가 AI 추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따라서 리테일 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에이전틱 커머스의 추천 알고리즘에서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될 것입니다(싫든 좋든 더 많은 광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AI 에이전트는 거래를 실행은 할 수 있지만, 그 실행이 가능한 플랫폼 위에 상품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픈AI가 아무리 뛰어난 에이전트를 만들어도, 한국 소비자의 주문은 쿠팡과 네이버(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물리적 현실은 AI 모델의 성능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AI가 '실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곳'에 내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기술은 도구이고, 인프라는 권력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이 있는 플랫폼 위에 포지셔닝하는 것이, 지금 비즈니스가 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에이전틱커머스.png 에이전틱 커머스, AI가 추천하고 쿠팡과 네이버가 돈을 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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