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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유통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제조기업의 비즈니스모델과 유통(커머스)기업의 비즈니스모델

제조기업이 유통까지 잘 한 사례를 보셨나요? 유통기업이 제조까지 잘 한 사례를 보셨나요? 물론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제조기업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유통기업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다릅니다.


제조와 유통,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제조업체가 유통까지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조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품질관리와 생산관리가 중요한 영역이고, 유통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접점을 다양하게 갖추어 놓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유통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조직이 제조와 유통을 동시에 잘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본 글은 도서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의 내용이 인용되어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을 학습한 챗GPT의 GPTs가 링크로 제공되는 클래스에서 책과 저자 강의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제조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유통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제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도 소비자가 구매할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유통도 중요합니다. 제조가 중요한가? 유통의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제조와 유통은 매일 매일 현장에서 갈등을 빗습니다. 서로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데요. 제조는 유통마진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유통은 어떻게든 저렴하게 제품을 매입하려고 노력합니다.


유통기업의 비즈니스모델

높은 기술력과 경쟁자를 압도하는 생산능력이 없다면 유통의 힘이 쎌 것입니다. 실제로 유통망을 구축해 놓은 유통기업이 제조기업을 컨트롤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팡과 이마트는 제조를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체상표를 붙여서 판매하는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상품을 들 수 있습니다. PB 제품은 통상 유통사가 직접 기획하고 개발해서 기존 제조사와 협업하는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말이 협업이지 제조는 유통의 아웃소싱 역할을 할 뿐입니다. 유통회사 입장에서는 직접 만들어 팔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데다가 다른 유통 업체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지만, 제조회사는 자체적인 브랜드를 키워갈 수 없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유통회사에 종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유통 업체들의 PB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경쟁사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매력적인 상품들을 갖추는 게 앞으로 유통 업체들의 주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갑'인 상품이 많아지면 나쁠 게 없습니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PB 제품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품의 질은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브랜드는 가격은 물론 제품의 질까지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착시켰습니다.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쿠팡이 PB 제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쿠팡은 생활용품 PB 브랜드인 '탐사'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특히 생수 제품인 '탐사수'는 쿠팡 내에서 단일 제품으로 가장 많이 팔리면서 기존 생수회사에 큰 위협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이 PB 상품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치킨집과 소비자를 중계해주는 것을 넘어서 'B마트’라는 서비스로 자체 PB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것입니다. B마트가 타겟으로 두고 있는 집단은 1~2인 가구입니다. 1~2인 가구를 위해서 소포장된 제품으로 어필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네쪽식빵과 반반만두, 0.7공깃밥 등의 소량으로 기획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햇반과 같은 즉석밥을 종종 남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판댄해서 양을 조금 줄인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쿠팡, 이마트, 배달의 민족처럼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로 제조업체를 압박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조업체가 가격인하에 소극적이면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중국에서 OEM으로 생산을 해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술력이 높지 않거나,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울며겨자먹기로 유통업체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그럼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비슷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조하는 기업이라면 유통업체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직접 유통을 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 비중이 커지면서 제조기업도 이제는 유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인데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자본을 필요로 하지만,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조기업이면서 직접 유통까지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 칸투칸을 들 수 있습니다. 칸투칸은 자주 입지도 않을 등산복에 큰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공략해서 600억원대의 매출액을 만들어낸 기업입니다. 2003년도에 조은쇼핑이라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한 칸투칸은 2005년도에 아웃도어 제조와 유통을 시작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유명 연예인 모델을 쓰지 않고도, TV와 신문등에 광고를 하지 않고도,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600억원대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의류산업은 제조가격보다 디자인과 브랜드, 가격을 중심으로 유통, 판매, 마케팅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아웃도어를 넘어 의류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칸투칸입니다. 칸투칸은 중간 판매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면서 제품단가를 줄였습니다.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재창출함으로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한 사례인데요.

칸투칸은 전통적인 비즈니스구조를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제조공장에서 의류를 제조한 후 온라인에서 직접 판매합니다. 기존방식과 차이점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원가와 같은 가격구조를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칸투칸은 태생부터 온라인을 전략의 중심에 놓고 40대 이상 남성들을 공략하면서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칸투칸 회원은 약 130만명인데 남성 회원의 구매율이 90%를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40대 이상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타깃팅 광고와 관계형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중에 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칸투칸을 꼽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는 남성이라면 칸투칸이 정확하게 어떤 회사인지는 몰라도 한 번은 들어본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칸투칸이 40대 이상의 남성을 타켓팅해서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등산이나 산책하는 이야기를 남기면 어김없이 칸투칸 광고가 노출됩니다. 그렇게 칸투칸 사이트에 유입이되면 조금전에 보고간 상품이 다른 사이트에 또 노출이 됩니다. 페이스북에서 타깃광고를 한 후, 웹사이트에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글 리타겟팅 광고를 집행한 것입니다.  실제 디지털 마케팅을 컨설팅하는 전문가들이나 구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칸투칸이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읍니다.


40대 이상의 남성을 타겟팅한 것도 주요한 전략중에 하나였습니다. 칸투칸은 4050 남성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카피와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칸투칸 상세설명을 들여다보면 똘똘한 부하 직원이 권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다른 브랜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대부분의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다보니 상세설명은 꼼꼼하게, 그리고 큰 사진과 설명들, 다른 사람들의 구매후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40대 이상의 남성을 타겟팅해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물론 칸투칸은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정점에 달하면서 골프웨어, 비즈니스 캐주얼, 스포츠웨어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했고, 원가비율이 65% 수준에 달하면서 수익률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원가경쟁력 등의 경영 효율성이 후퇴하면서 손실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칸투칸은 매출원가율이 60% 미만일때는 흑자를 남겼지만, 60% 수준을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습니다. 이것은 저가 중심의 온라인 판매라는 비즈니스모델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차별화는 동질화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모델이 한계를 맞이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적자 금액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의 성장통을 겪고 나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데이터 중심으로 고객경험을 최적화하는 것!

다시 맨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제조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유통하는 능력이 중요할까요? 물론 둘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유통은 제조를 통합할 것이고, 제조는 유통을 통합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통기업은  PB상품 등으로 전방에 있는 제조회사를 통합하고 있습니다. 반면 칸투칸과 같은 제조기업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수직적 통합이라고 하는데요. 쿠팡이 하고 있는 것은 수직적 통합 중에 전방통합에 해당하고, 칸투칸이 하고 있는 것은 수직적 통합중에 후방통합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수직적 통합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수직적 통합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최적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수직적 통합이 가능한 이유는 비즈니스가 디지털을 중심으로 통합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의 알리바바입니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해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자상거래 및 물류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미래의 유통을 보여주는 곳으로 알리바바가 운영중인 식료품 체인점인 ‘허마셴성(盒马鲜生)’을 들 수 있습니다. 허마셴성은 중국 주요 도시에 오파라인 매장을 설치한 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로 인해서 제로 수준의 결품률과 5% 미만의 폐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장에서 5㎞ 이내의 가정에는 주문 30분 이내에 제품을 배달해주고 있는데요. 주문 및 배송 관리, 공급망 관리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제조와 유통은 알리바바 허마셴성과 같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최적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 경험을 중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통하는 고객의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제품개발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알리바바는 미디어, 상거래, 물류, 모바일 결제 및 금융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상품 및 고객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제조와 유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앞서 설명드린 칸투칸과 알리바바를 분석해볼 것을 권장드립니다.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

디지털을 중심으로 고객경험을 최적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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