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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다른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성비 전략입니다.

품질이 좋은데 가격이 저렴하다?

어느 시대에나 싸게 판매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여기에 품질까지 좋다면 고객들은 더욱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합니다.


가성비는 경쟁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포지셔닝 전략인데요. 기업이 가성비를 달성하는 방법은 전략적 관점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포기하거나, 저렴하게 판매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략적 관점에서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특정 상품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경우에 활용됩니다. 미끼 상품이나 할인 기획전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익을 포기하고 싸게 판매하는 것은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싸게 판매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는 것이 가성비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헤어컷 전문점 '블루클럽'이 대표적입니다. 블루클럽은 커트 서비스를 중심으로 회전률을 높이면서 소비자가 직접 머리를 감도록 하는 등의 셀프 서비스를 도입하여 가성비를 달성했습니다.


가성비가 높은 상품은 초기에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식상해지기도 하고, 경쟁기업이 유사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차별점이 희석되게 됩니다. 결국 가성비를 활용해서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면 가성비 전략은 오래동안 유지되지 못합니다. ‘경쟁자보다 저렴합니다'라는 포지셔닝은 좋은 전략이지만, ‘우리는 무엇이 다릅니다'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높은 품질, 다양한 상품 구성, 저렴한 가격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곳으로 일본의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를 들 수 있습니다. 사이제리아는 40년 넘게 일본 전역에서 1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입니다.


사이제리야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이제리야는 납품받는 식재료의 품질 하한선을 설정하고 철저한 검수과정을 거칩니다. 고기의 색이나 냄새, 지방 함량에서부터 채소의 크기, 수확시기, 보관 온도 등을 정확하게 지켜나갑니다. 식재료가 생산되는 단계에서부터 요리가 고객에게 제공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해서 품질을 유지합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낮은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것은 불필요한 과정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요리사가 토마토 하나를 자르려면 30초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에 사이제리야는 토마토 전용 커터기를 개발해냈습니다. 커터기에 토마토를 넣고 밀기만 하면 되는데 30초 걸리던 시간을 4초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동그란 국자 대신 평형한 국자를 사용하는 등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초당으로 계산해서 개선해왔습니다. 단순 절감이 아닌 시스템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에 의해 과정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맛은 요리사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런데 요리사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사업주와 갈등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면 음식 맛에 크게 바뀌게 됩니다. 이런 것은 요식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제리야는 작업의 단순화, 편의 도구의 개발, 직원의 다기능화로 수준 높은 개선활동을 해왔습니다. 사이제리야의 조리 과정은 주방에서 접시에 담기만 하거나 소스와 섞어 가열만 하면 쉽게 완성되는 단순 작업 매뉴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1인분씩 포장된 식재료를 개봉해 조리하면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요리 전문성이 없는 아르바이트생도 간단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양질의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칼이 없는 주방일 정도로 조리 방식을 단순화한 것, 조리 기술을 가진 요리사 없이도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 구조, 매장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등으로 가성비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넘어온 가성비전략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설계해서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주문 배송을 수월하게 처리해줄 수 있는 풀필먼트 서비스 등을 활용해서 초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시킵니다. 여기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한 SNS를 활용해서 시장을 빼앗아 오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이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입니다.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가 70% 이상의 시장을 갖고 있었던 독과점 시장에 가까웠습니다. 질레트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가의 질레트 면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고성능의 면도기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이러한 문제점을 파고들었고 큰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적당한 품질의 면도기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면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제조설비가 없었고, 만들어진 면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도 없었습니다. 이에 달러 쉐이브 클럽은 국내 기업인 도루코와 손잡고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한 제품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중간 유통 과정을 제거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유통채널을 설계합니다. 면도기는 구매주기가 짧기 때문에 정기구독 방식이 효과적이었고, 월 1달러(이중날 면도기+면도날 5개), 월 6달러(4중 면도날 4개), 월 9달러(6중 면도날 4개) 등의 옵션을 제공해서 다양한 사용자층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의 전략이 통했던 것은 그만큼 시장에 잠재던 니즈가 있었던 것입니다. 질레트는 그동안 신기술 적용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은 자사의 면도날을 진부화시키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사용하던 면도날이 떨어져서 매장에서 구매하려고 하면 해당 모델이 단종되어서 구매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새로운 면도기를 비싼 가격에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시간도 깎고 돈도 깎자'라는 슬로건으로 질레트에 도전을 합니다. 고성능의 면도기가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신규 제품을 출시해서 기존 제품의 단종을 경험했던 사람들, 매일 사용하는 면도기를 번거롭게 매번 구매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달러 쉐이브 클럽의 초기 사용자가 됩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의 비즈니스 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운영의 단순성을 극대화해 물류·유통·마케팅의 낭비 요소를 제거한 것입니다. 고객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질레트의 시장을 빼앗아 올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인수됩니다.


문제는 일정 궤도에 오르면 ‘가성비'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질레트는 달러 쉐이브 클럽에게 일시적인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시장 상황을 다시 돌려 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질레트는 지난 100여 년 동안 경쟁기업을 압도하는 기술력과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채널, 막대한 자본을 활용한 마케팅 측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에 대응할 수 있는 라인업과 온라인 전용 상품 등으로 빼앗긴 시장을 찾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질레트와 같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가성비 전략은 한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성능의 제품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저렴합니다'는 사업화 초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면 확장성에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무엇보다 경쟁자를 중심으로 포지셔닝을 해왔기 때문에 경쟁자를 넘어설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무엇이 다른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가성비를 중심으로 '우리는 무엇이 다릅니다'를 이야기하고 있는 기업으로 '생활공작소'를 들 수 있습니다. 생활공작소는 2014년도에 창업한 생활용품 전문 기업입니다. 주방·청소용품, 위생용품으로 출발하였지만 현재는 소비자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활공작소 검증된 최소한의 성분, 직관적 디자인, 합리적 가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검증된 최소한의 성분이란 '환경'에 대한 고민입니다. 주요 제품이 생활용품이다 보니 플라스틱을 사용하지는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비닐 에어캡 대신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종이포장재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동시에 고객이 소비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관적 디자인이란 생활공작소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생활공작소는 창업 초기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키치(Kitsch)한 문구에 제품 본연의 성능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일반 명사를 더한 스토리텔링 제품명 정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아이고 예쁜 내 식기들. 식기세척기 세제', '하던 일에 집중해요. 뒤는 제가 책임집니다. 파이팅. 비데 물티슈' 등이 대표적입니다. 생활공작소만의 브랜드 가치관과 디자인, 독특한 스토리텔링형 제품 구색 등이 인스타그램 감성과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생활공작소 상품을 모방하는 짝퉁이 나올 정도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합리적인 가격도 놓치고 있지 않습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브랜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고가 라인업을 출시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생활공작소는 제품의 기본 기능과는 상관없는 고가의 콘셉트 원료를 지양하고, 믿을 수 있는 성분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력 있는 중소기업과 협업을 하면서 제조 단계에서 가격 거품을 빼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생활공작소의 슬로건인 '기본을 지킵니다. 생활을 만듭니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가격, 성분, 디자인에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고 전 그 안에서 전반적인 브랜딩과 신제품으로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정말 성공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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