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5

꿈을 좇는 자들의 마을

by 은주명

북극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 보니 멀리서부터 반짝거리는 마을이 보였어요.

나무도 꽃도 풀도 모두 생기를 머금은 채 반짝거렸어요.

소녀는 소녀의 꿈을 어떻게 설명할지 연습한 후, 목을 가다듬고 대문을 두드렸어요.


"안녕하세요, <꿈을 좇는 자들의 마을>에서 살고 싶어서 왔어요.

들여보내 주세요."


대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안녕 소녀야, 반갑구나."


"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왔어요.

제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소녀야, 네 꿈이 뭐든 여기 들어올 수 있어.

네 꿈을 설명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어.

여기는 추운 곳이야. 밥을 굶을 수도 있어.

괜찮겠니?"


"네, 저는 젊으니까 괜찮아요.

게다가 이곳은 아름답게 반짝거리는걸요!


소녀는 대답했어요.



문열어주세요_업로드.jpg illust by 명은주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어요.


"소녀야, 이곳이 반짝거리는 건 꿈을 좇는 사람들이 내는 빛 때문이야.

이 빛에 홀려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오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은 빛일 뿐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단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꿈을 좇지만, 꿈을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어.

이루더라도 아주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버텨야 해.

어떤 사람들은 결국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에 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생 이 곳에서만 살다가 죽어.

그래도 괜찮겠니?"


소녀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소녀가 살던 집의 따뜻함과 안락함도 생각났어요.

오랫동안 버티다 결국엔 빛을 잃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마을을 떠나는 몇 년 후 소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어요.


"천천히 생각해 보렴."


목소리는 사라졌어요.

한참을 대문 앞에서 서성이던 소녀는 배가 고파서 가방을 열어보았어요.

소녀의 가방에는 따뜻한 도시락이 들어있었어요.

마을을 떠나 혼자 걷는 소녀가 굶을까 봐 소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었어요.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6]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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