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교육에 대하여
"우리는 산업화 시대의 모방형 교육을 넘어, 창의적 자본을 키워야 합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산업화 시대의 모방형 교육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교육이 정답을 찾는 훈련이었다면, 이제는 질문을 던지고 자기만의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학교에서는 정해진 답을 암기하고, 문제를 빨리 푸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속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교육이 가장 간절히 길러야 할 능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교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이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이들에게 네모난 호일 한 장을 건넸다.
그냥 A4 용지만 한 크기의, 얇고 반짝이는 종잇조각.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네모난 호일이 어떻게 변할까?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떤 아이는 손바닥 위에 호일을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고, 또 어떤 아이는 두 손으로 조심스레 구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손끝으로 살짝 접으며 곰곰이 생각했고, 어떤 아이는 과감하게 비틀어 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한 아이가 소리쳤다.
"선생님! 이거 봐요, 거북이예요!"
둥글게 말린 호일이 거북이 등껍질이 되었고, 옆에 있던 아이도 덩달아 말했다.
"그럼 난 뱀!"
긴 호일을 꼬아 지렁이처럼 만들었다. 그렇게 탐구가 시작되었다.
내가 건넨 건 단순한 네모난 호일 한 장이었는데, 교실 한가운데에서 수십 개의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어떤 아이는 구석에서 고양이 가면을 만들었다. 조심스레 고양이 얼굴 모양을 자르고, 귀를 붙여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내가 누구게?"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가면을 쓴 친구를 둘러쌌다.
"호랑이다!", "아니야, 여우 같아!" 어떤 아이는 진지하게 "박쥐?"라고 묻기도 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가 한 일은 그저 네모난 호일 한 장을 건넨 것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속에서 끝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었다. 창의성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정해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것.
김경희 교수는 아이들의 타고난 잠재력을 꽃피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사과나무에 비유했다. 건강한 사과나무가 자라려면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이 필요하듯, 아이들도 창의성을 펼치기 위해 이 네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햇살처럼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롤모델이 있으면, 아이들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 이때 햇살처럼 따뜻한 격려가 있다면 아이들의 꿈은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 강한 바람을 맞을 때, 아이들은 도전하고 실패하며 더 단단해진다. 토양이 깊을수록, 다양한 경험 관점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 너무 작아서 몸을 뻗을 수 없는 교실에서는 아무것도 자라날 수 없다. 이것은 물리적 공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는 교육 속에서 창의성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지난 주말, 구글 코리아에서 열린 교사 연수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나는 창의성이 단순한 "머릿속 사고"가 아니라 "공간이 만들어내는 흐름"이라는 걸 깨달았다. 구글의 사무실은 모든 층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심지어 같은 회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떤 층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곡선이 가득했고, 어떤 층은 메탈과 유리로 미래적인 느낌을 풍겼다. 회의실도 마찬가지였다.
롤리팝 룸. 천장과 벽이 롤리팝을 형상화한 구조물로 채워져 있었다.
딕셔너리 룸. 벽면 가득 사전의 텍스트가 예술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었다. 이 공간 자체가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있었다.
비정형성
틀을 깨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순간, 그 안에서 새로운 사고가 시작된다는 것을 구글은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교실을 떠올렸다. 네모난 호일 한 장이 아이들에게 열어준 가능성. 그 속에서 각자 다른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창의성은 결국 자유로움이 허락되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틀에 갇히지 않도록 그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사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정답을 찾는 교실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교실이어야 하지 않을까.
틀을 벗어난 순간, 창의성은 시작된다.
<참고 자료>
1) 김세직 교수. "이렇게 따라하면 무조건 창의력 생깁니다" 서울대 인기 교수가 알려주는 7가지 비법. 교육대기자TV 유튜브 채널.
2) 김경희 교수. 사교육 없이 집에서 창의영재 만들기 [틀 밖에서 놀게 하라]. 다독다독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