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의 문해력

놀이가 글이 되는 순간, 문해력은 이렇게 자란다

by 이음샘

오늘, 한 아이가 조그마한 책을 만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아직 글씨는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틀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행복해요." "사랑해요." "재밌었어요."


나는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자신이 써 내려간 문장을 하나하나 읽어주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 ‘정확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받아쓰기부터 배우는 글쓰기, 정말 괜찮을까?


우리는 보통 ‘문해력’ 하면 한글 해득부터 떠올린다. 맞춤법을 배우고, 받아쓰기를 연습하며, 문장을 바르게 구성하는 법을 익힌다. 하지만 만약, 아이들이 처음 써보는 문장이 받아쓰기 시험 문제라면? 이 시기의 유일한 작문이 ‘틀리지 않기 위한 글쓰기’라면? 우리의 글쓰기가 어려워진 이유가 어쩌면 ‘표현하고 싶은 말’을 배우기 전에 ‘맞는 정답’을 강요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문해력, 글자로만 키워지는 게 아니다

어린이의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다.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 상상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능력이다.

오늘, 한 아이가 내게 닌텐도를 선물했다. 정확히 말하면 종이로 만든 닌텐도였다. 칩도 아주 많이 들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종이조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내게 사용법을 설명하고, 버튼을 눌러보라고 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종이 버튼을 꾹 누르며 "띠옹띠옹" 소리를 냈다.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이 아이는 지금 ‘말이 아닌 방식’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도 문해력이 아닐까?


문해력 교육, 이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보도록 하기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쓰고 싶은 말 쓰기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표현’이다.


이야기로 놀이하는 시간 만들기

말로 하는 이야기,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야기, 종이로 만드는 이야기

아이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만들어볼 수 있도록 돕기


글쓰기의 목표를 ‘정확성’이 아닌 ‘표현’으로 바꾸기

받아쓰기 점수보다는 아이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 있어!"라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 아이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문해력 수업을 했다


문해력의 본질은 ‘정확한 글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정돈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 오늘, 내가 만난 아이들은 받아쓰기 연습 대신, 자신만의 책을 쓰고, 자신만의 게임기를 만들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교실에서는 가장 충실한 문해력 수업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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