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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의 거울

이제는 남편이 아닌 내게 묻기로 했다.

by 위드리밍

남편과 있을 때 가끔 불같이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날까.

스스로를 돌아보면,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쌓여 나도 모르는 새 자기 방어적 언어를 할 때가 있었다.


왜 세상은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함께 살라고 부부로 만들었을까.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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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우리. 함께 맞춰가며 살아가라고.

남편이랑 마음을 맞춰 잘 살아가면

그 이상의 인간관계에서 어려운 일들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의 싫은 구석이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들 하나. 이렇게나 다른데 그래서 너무나도 싫은데

왜 세상은 부부로 만들어 함께 살게 하셨을까.


친구들은 말한다.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싸우면 그래도 애정이 있는 거라고. 서로 사랑하는 거라고.

이젠 누군가는 체념. 혹은 단념해 버려서 더 이상 싸움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말이 반쯤 공감이 간다.


그게 남편의 삶이고 살아온 가족 문화들인데

그 문화에, 말들에, 내가 아닌 타인의 언어와 말, 세상에 맞추어 온 시간들이 싫었다.

때론 남편이 나의 편이 아닌 남의 편이 될 때 말이다.


사실은 결국은 떠밀려 스스로 선택해 놓고

정작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말하는 내가 싫었다.

어쩌면 모든 선택들은 상대방에게 미룬 채,

"난 선택하지 않았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나를 이제야 마주하는 중이다.


마찬가지로 남편도 아내인 나를 볼 때 유독 불 같이 화를 내는 영역이 있다.

그럴 때면 '내 모습이 지금 남편의 모습이구나.'라고 거울을 본다.


왜 이 시기에 전투 같은 순간이 문득 다시 찾아왔을까.

이젠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답을 구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신호였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라고.

지금 이 순간 나의 세상을 다르게 바꿀 기회를 준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같은 전쟁만 일어날 뿐이었다.

그러니 다른 선택을 하자.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결국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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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의 거울,

그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그리고 이젠 그가 아닌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누군가 인간관계는 기대에 실망하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한 일들 속에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은밀한 기대가 쌓인다. 그리고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곤 한다.

우리의 살아온 성장과정, 삶의 방식, 욕구까지도 모두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화합하며 잘 살아가라고 엮어주신 게 가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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