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이직이 있었고 식품업계에서 화장품으로 그리고 IT로 산업군을 변경하여 안전했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직 시마다 늘 새로운 환경과 무리에 적응했습니다.
매 이직 시마다 최종 선택에도 많은 고민을 했고, 결정 후에는 제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이별은 육아 휴직으로 생산적이고 루틴 한 일상과의 이별입니다.
첫 번째 육아 휴직을 하기 전에는 임산부로서 고용 불안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소 회사에서 일로서 인정받고 그로부터 제 자존감이 높아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이 회사.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리를 하며 안간힘을 썼습니다. 임산부라 야근도 못하고 칼퇴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팀에 죄송하고 눈치가 보여 주어진 시간 내에라도 빨리 많은 일을 하려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일했습니다. 그리고 육아 휴직 후에는 주 7일 중 5일을 일을 하던 일상에서 육아와 집안일만 하게 되면서 생산적인 일의 부재와 함께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두 번째 육아 휴직이 다가옵니다.
두 번째라 그런지, 마음가짐이 좀 다릅니다.
불안감보다는 행복함과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마음이 큽니다.
제게 약 1년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고, 제가 평소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주 5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늘 이성적인 판단만 해왔던 시간들입니다. 그동안 내가, 우리 팀원이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인지를 늘 판단하고 결정하며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일에만 몰두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것. 제 감정에 집중하고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평소 조직에서의 분쟁으로 상처 받은 팀원이 있으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개인의 감정은 모두 집에 두고 오라고,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감정을 집에 내려놓고 오면 회사에서는 마음을 다칠 일도 상처 받을 일도 없습니다. 이러한 감정 조절이 많이 연습되면 개인적인 감성은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에만 잠시 꺼내어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아 보기
곧 펼쳐질 휴직 기간의 제 마음속 다짐입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헌신했던 두번째 회사를 퇴직하고 갔던 전주 남부시장 청년 몰에서 만난 표어 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별이라는 단어보다는 잠시 거리두기 또는 쉼표라는 표현을 쓰려합니다. 지금 한 배를 탄 우리 동료들과 이별. 끝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이제 서른 넘었으니 이제 결혼을 해야지? 그리고 결혼을 했으니 아이도 가져야지. 아이 생기면 일은 그만두겠네? 애는 누가 키워?
그동안 제가 이 사회의 여러 어른들께 들어왔던 말입니다.
각자 개인의 상황이 다르고 스스로가 절실히 원하는 시기가 모두 다릅니다. 또 주변 환경도 변하므로
개인의 상황. 마음가짐. 주변 환경의 삼박자가 모두 맞아 적절한 타이밍이 만들어질 때 그 시기가 바로 적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휴직 후 펼쳐질 또 다른 낯선 환경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합니다.
얼마 전 뱃속의 둘째 정기 진료를 마치고 오랜만에 해 뜰 때 퇴근한 어느 평일 저녁이었습니다. 6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시장을 보는 엄마. 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인 저 모습이 왜 난 일상이 되면 난 못 견뎌하는 거지.....? 첫째 육아휴직 후 육아만 하며 느꼈던 감정입니다.
무언가를 해내고 완성해서야 스스로의 자존감을 채우는 타입. 모든 어머니들의 일상. 아이 아침/점심/저녁 챙기고 재우고 문화센터 다녀오는 게 하루 일과. 하지만 전 그런 삶만으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가끔은 좋지만 매일은 아닌 것.
그러다 어제 유튜브를 돌리다 잠시 본 스티븐 잡스 강연에서
세상은 생각보다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단지 그 '어그러진 빈 곳'을 찾아 내가 시작하면 된다.
일반 사람들이 창업하는 계기는 '내가 저거보단 잘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라고 합니다. 그 말에 공감합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차근차근 이 세상의 어그러진 빈 곳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실행 계획을 세워봐야겠죠.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계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좋아하는 계절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