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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Dec 17. 2024

프롤로그


나는 박복한 여자인 줄 알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날 처음 보면 하는 말이 있다.

- 세상물정 모르고 고생 없이 자랐을 것 같다.

- 예쁨 받고 어리광이나 부리고 자랐을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내 나이 마흔셋 어지간한 일에 이제는 눈물도 겁도 말 리버린 내가 다른 이들의 눈에는 겉도 속도 마냥 이같 이 보이다니 기분이 묘하다.


온몸에 뾰족뾰족 가시가 곤두서 있을 땐 누가 그렇게 보인다고 하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

내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살았는지, 당신이 만만하게 볼상대가 아닌지, 반복해서 돼 뇌이며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늘 뾰족하게 가시를 세우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마냥 어린애로 봤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만큼 힘들었어도 내 본연의 얼굴빛은 반짝반짝 맑게 빛나고 있었다.

30대 중반, 둘째 아이를 낳고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

에 나와는 다른 밝은 햇살 같은 성격인 아이의 같은 반 엄 마를 만났다.


원래 혼자였고 혼자가 익숙했고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

는 건 내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엄마가 자꾸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오니 너 무 불편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친해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나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나는 우리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우리 아이에게 내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외로움만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둘째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 고 싶어 내게 다가오는 그 엄마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 다. 그때부터 살면서 만나온 사람과 다른 향기가 나는 그 엄마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그러면서 점차 내 주위에 그런 향기가 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닮고 싶었다. 나도 그런 향기를 내 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나도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에 뾰 족한 가시들을 하나씩 직면하게 되면서 가시 뽑기에 들어갔다.

그때 그 친구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도움이 되었다.


- 언니는 상처가 많지만 그것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멋 지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치 유자가 될 것이다. 언니야 말로 상처 입은 치유자이다.


몇 년간 나를 직면하고 내 안에 박힌 가시들을 마주할 때 그간의 눈물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고 가시들이 하나

씩 뽑아질 때 찰나의 고통은 있었지만 상처는 아물고 점점 회복되어 갔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는 내 아픔을 이야기할 때 내 연민에 빠져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 성장했고 아이들도 자랐고 10년 전업주부도 청산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


일터에서도 부지런히 사랑을 전하고 위로하며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내 글이 나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려는 발걸음을 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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