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일 예배를 마치면,
시어머니와 함께 식사하기 , 대형마트쇼핑 하기의 순서가 일요일 우리의 일과였다.
큰 형님은 교회를 다니지 않아 막내아들인 우리와 함께 교회 가시는 걸 자랑스러워하셨다.
시어머니도 혼자 계신 지 오래되셨기에 매주 예배를 마치고 우리와 식사도 하고 마트를 다니시는 일이 어머니께 큰 즐거움이신 걸 알기에 나는 내심 싫어도 함께 했다.
어머니가 늘 가시는 대형마트가 있는데 어머니의 저장 습관을 유지하기에 도움을 단단히 준 곳이었다.
어머니는 매일매일 마트를 들려서 세일하는 물건들을 주로 사서 쟁여 놓으셨는데 특히 라면이나 과자 이런 건 마트에 오실 때마다 무조건 사가시는 품목이다.
어머니댁 보물창고방에 쌓여 있는 라면이나 과자들은 오랜 유통기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이 거의 많았다. 매일 사서 쟁이는 만큼 소비를 하지 않으니 산처럼 쌓여만 가고 점점 유통기한만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마트를 다니시다 보니 남편과 결혼 후 얼마 안 돼서 함께 마트를 갔는데 다들 마트 코너에 직원들이 어머니께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영준이를 보며 매일 할머니랑 다니더니 엄마가 있었구나!!
나를 보며 각 코너에 직원들이 하나같이 아이고 영준이 엄마예요? 맨날 할머니랑 애기 때부터 다녀서 엄마가 어디 갔나 했었지.라는 인사를 받았다.
동네 작은 마트도 아니고 시내 대형 마트 ㅎㅍㄹㅅ 에서 이렇게나 유명인사라니 매주 가는 게 참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의 저장습관을 내게도 강요하시는 거다.
-얘야 이거 라면 세일한다. 몇 개 담아서 쟁여놔라.
-어머니 집에 라면 있어요. 필요할 때 그때 살게요.
-지금 세일할 때 사다 놓으면 생활비 절약도 하고 좋지 않겠냐? 출출할 때 한 번씩 먹고 아비도 끓여주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머니가 사라고 하는 걸 따르지 않아서 그러신 건지 표정이 어둡게 굳으신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어머니는 수시로 내게 강요하신다.
-얘야 이거 초코파이 세일한다. 몇 박스 사다 놓고 영준이 먹여라. 한창 간식 많이 먹을 땐데 영준이 초코파이 좋아하니까 쌀 때 사다놔라.
-어머니 초코파이 하나만 살게요. 그리고 이런 거 많이 사다 놓고 먹이는 거 별로 안 좋아서요.
-왜에~ 세일할 때 많이 좀 다 사놓지.
너는 아낄 줄을 모르냐.
-어머니 쌀 때 많이 산다고 아끼는 게 아니라 자꾸 필요 없는 걸 사게 되는 거 같아서요. 저희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매번 같이 장 보러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 생각해 냈고 마트에서 나 혼자 카트를 끌고 멀리 떨어져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시로 남편이 전화를 걸어오거나 나를 찾아댔다.
-엄마가 잠깐 이쪽으로 와보래. 어디야?
-왜? 나는 내가 알아서 장 볼게.
오빠는 어머니 잘 챙겨 드려.
그러곤 각자 장을 보다 중간에서 마주쳤다.
어머니는 카트에 담은 물건을 내게 나눠주시며
-얘야 이거 시금치 저기 할인코너에서 샀다.
싸길래 너도 갔다가 해 먹으라고 네 것도 담았다.
-어머니 저 지금 당장 시금치 해먹을 일 없어요. 이거 바로 해 먹지 않으면 금방 상해서 버려야 해요. 저는 안 살래요.
-그럼 가서 바로 해서 먹어라. 무쳐먹든 국 끓여 먹든지
-집에 국도 있고 나물도 있어서 바로 못해 먹을 거 같아요 저는 괜찮아요.
그러곤 더 이상 잔소리 듣기 싫어서 또 내 갈길을 갔다.
어머니는 단단히 기분이 상하신 듯했지만 자꾸 어머니한테 이런 거까지 맞춰드리기가 싫었다.
각자 계산을 마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엄마! 할머니가 엄마는 아낄 줄을 모른데요.
-응? 뭐라고?
-할머니가 아까 저랑 둘이 마트에서 걸어가면서 네 엄마는 아빠가 힘들게 일하는데 아낄 줄도 모르고 낭비만 한데요.
-할머니가 그러셨어?
-네 할머니가 저한테 맨날 만나면 물어봐요.
엄마가 밥 잘 주냐고 안 때리냐고 많이 혼나냐고
-아 할머니가 영준이 걱정돼서 그러셨나 보다.
제법 같이 살면서 엄마 소리도 익숙해지고 영준이의
예절교육도 시킬 겸 좀 엄하게 훈육했더니 어린 영준이 딴엔 내게 이쁨 받고 싶었는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 칭찬받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또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단 영준이 앞이라 자제를 하고 집까지 올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
나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이야기했고 어머님께 직접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자기가 중간에서 잘 말씀드려 보겠다고 했으나 내가 직접 말을 해야 더 정확히 내 기분을 알려 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를 말리는 남편과 대화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러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여보세요? 어머니 저예요 은정이.
-그래 방금 헤어졌는데 무슨 일이냐.
-어머니 영준이 한테 제 흉보셨어요?
-무슨 얘길 하는 거냐? 내가 영준이 한테 니 흉을 왜 보니? 엄마말 잘 듣고 속 썩이지 말라고 했지.
-어머니께서 영준이 한테 제가 아낄 줄 모르고 낭비한다고 그러셨다고 하셨다면서요.
-아니 애가 하는 말을 다 믿니 너는?
그냥 나는 엄마가 세일하는 것도 좋은 물건인데 자꾸 비싼 물건만 사려고 한다고 그랬지.
-그 말씀이 같은 말씀 이잖아요!
영민이랑 제 사이가 가뜩이나 정 붙이고 신뢰를 만들고 애착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애를 붙잡고 저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셔도 모자랄 판에 제 흉을 보시면 어떡하세요?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내가 무슨 애한테 니 흉을 봤다고 그러니! 얘가 아까도 불러도 오지도 않고 버릇없이 시어미 무시하더니 지금도 뭘 잘못 먹었나 싹수없이 지금 뭐 하는 게냐?
-어머니 그리고 장 보는 거 저희 먹을 건 제가 알아서 해요. 영준이랑 오빠도 제가 다 알아서 잘 챙겨 먹일 테니 자꾸 어머니 마음대로 이거 사라 저거 사라 하지 마세요. 제살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어머니 이러실 때마다 오빠랑 영준이한테 제가 더 성질내는 거 모르시죠?
-너 지금 어미한테 협박하는 거니! 너보다 내가 살아도 더 살고 살림을 해도 더 많이 해서 가르쳐 주는 거를
뭐? 참견하지 마? 너는 도대체 네 엄마한테 뭐를 배워 온 거니!
-어머니가 그렇게 참견하시니까 그동안 며느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거 같아요. 죄송하지만 저는 어머니 하시는 거 다 받아들일 수 없어요. 지금도 오빠랑 다 이야기하고 전화드린 거니 오빠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참 영준이 훈육도 제가 알아서 합니다.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주 주일에 뵐게요.
나는 인사를 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싹수없는 며느리 하고 말지 할 말은 해야겠다.
애가 뭘 안다고 애를 붙잡고 내 흉을 본단 말인가!
앞으로 말대답 따박 따박 하는 못된 며느리가 되기로 다짐하고 다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