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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다 빠진 호랑이 시어머니의 사연

by 은나무


어머님의 자녀사랑은 유별나다.


아니 애초부터 나는 내 부모에게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이라 유별나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어머님이 자녀들에게 하신 행동을 보면 어머니 나름대로의 자녀사랑법이 담겨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의 무능함으로 인해 홀로 세 남매를 키워야 했고 젊은 시절 억척스럽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책임감을 갖고 이리저리 발로 뛰며 돈을 버셨다.


수완이 좋았던 어머님은 여러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버셨는데 관리와 유지를 하시는 법을 잘 모르셨다.


그런 와중 술과 노름에 빠져 있는 시아버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고 돈을 탕진하거나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당시 막내아들이었던 남편을 데리고 시아버지를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어머님의 대찬 성격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늘 발로 뛰며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며 가정을 지켰다.


삼 남매에게는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어도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시어머니의 희생으로 물질의 부족함은 없이 자랐다.


시어머니의 여러 가지 사업 중 마지막에 하셨던 사업이 여행사 사업이셨는데 그때 한창 집을 많이 비우셨다고 했다. 국내외로 늘 바삐 다니시느라 삼 남매를 돌봐줄 시간이 부족했고 어린 삼 남매에겐 엄마의 사랑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어머니는 자녀들을 위한 사랑법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고 재정적으로 물심양면 뒷받침 해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법이었다.


그중 자식들은 부모를 나눠 닮는다는데 큰아들이 아버지를 쏙 닮았고 둘째 누나와 막내아들은 엄마를 닮았다.


시아버지와 큰아들은 여러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집안 경제를 무너뜨렸고 막내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남은 재산을 모두 탕진시킨 시아버지께서 그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남은 가족이 지낼 보금자리 하나 남았고 어머니는 또다시 가정을 세우려 애쓰셨다. 그러나 그전처럼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이전살림 보다 재정이 어려워진 거지 썩 힘들었던 살림은 아니었기에 큰아들 결혼까지는 시키실 여유가 되셨던 모양이다.


큰형은 결혼 후 이어서 사고를 쳤고 그 덕분에 둘째 누나 막내아들은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빛을 내서 결혼을 했다. 엄마의 재정은 큰아들의 철없는 사고로 모두 잃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막내며느리로 들어갈 때쯤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라고들 했던 것이었다.


어머님의 그런 자녀사랑법은 손주들에게도 이어졌고

여전히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뭐든 손주들 손에 쥐어주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살림에 간섭하고 싶어 하셨다.


어머님 만의 사랑법으로.


나는 어머니의 옳지 않은 방식을 며느리라는 이유로 네네 하며 따르고 싶지 않았다.


어머님 깨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장난감을 사주는 것,

자꾸 불필요한 물건을 사서 쟁여놓는 것에 대응을 해야만 했다. 다 큰 자녀들 생활에 일일이 간섭하시는 것

또한 선을 그어야 어머님도 우리의 삶도 편안해질 거라 생각이 들었다.




매주 마트를 갈 때마다 비싼 장난감을 찾아 사달라고 할머니를 찾는 두 손자를 본 할머니의 표정은 점점굳어갔다. 마치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싶은 생각을 하시는 듯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


나는 속으로 내 방식이 통한 거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호랑이 할머니의 유별난 사랑을 막을 방법으로는 아직 어림도 없었다.


더 큰 한방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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