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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Sep 26. 2024

나의 재정관념 바로잡기

아이러브 핸드폰

나에게 핸드폰은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소재다.


어제 나를 정말 잘 아는 친구 두 명에게 카톡을 보냈다.


“글쓰기 소재 뭐가 좋을까?”


두 친구는 내게 똑같은 답장을 했다.


“아이러브 핸드폰”

“나의 핸드폰 사랑“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역시나 나를 잘 알아.


내게 핸드폰은 내 삶에서 참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소재가 됐다.

나에게 첫 핸드폰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엄마 몰래 개통한 삼성 애니콜이었다.

그때는 부모님 신분증을 갖고 가면 미성년자도 핸드폰 개통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엄마 몰래 신분증을 훔쳐서 핸드폰을 개통했다. 그땐 한 반에  한두 명 정도만 핸드폰이  있었다.

학생인 내가 그 비싼 핸드폰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내 힘으로라도 가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중학교 2학년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결혼하고 나서 만난 친구랑 이야기할 때

서로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가난한 살림살이에 어차피 엄마에게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걸 말해도 해줄 수 없고 못해주시는 엄마 마음이 속상할까 봐 참고 살았다고 했다.

그에 비해 나는 매우 적극적으로 해달라 사달라 내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거절을 당해도 끝임 없이 요구를 했고 늘 거절 속에 좌절을 맛봤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싶은 용기가 났고

내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찾은 첫 번째 아르바이트가 주유소였다.

작고 마른 체구에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하기엔 지금 생각해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차장도 같이 운영하는 주유소에는 체력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은근히 많았다.

바쁠 때는 계속 뛰어다녀야 했고, 작은 몸으로 막 세차기에서 나온 차에 물기를 연신 닦아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남들은 힘들게 벌었으니 아껴 쓰고 저축하고 한다는데 나는 처음부터 내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일을 했기 때문에 버는 족족 다 썼다.

시급이 1800원이었나? 하루 5시간 주말엔 12시간씩 쉬지 않고 꼬박 한 달을 채우고 일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첫 월급  그 당시 30만 원? 정도 되는 지금도 큰돈을 그날 하루에 다 쓰고 왔다.

엄마에게 뒤지게 맞고 혼이 났다. 몇 년 치 욕은 다 먹은 듯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정신 못 차린걸 보니 그때 맞고 먹은 욕이 억울하다.


나는 처음부터 쓰기 위해 일을 했다.


그때 처음 배운 그 패턴이 지금까지

내게 이어져 오는 나쁜 습관이 됐다.


나는 그때 처음 핸드폰을 사고 내가 뭔가 대단히 자랑스러웠던 거 같다.

내 또래 친구들은 감히 맘대로 살 수 없던 물건을 나는 내가 번돈으로 엄마 몰래 개통했을 때 뭔가 대단히 자신감을 얻었던 거 같다.


그때 남은 기억 때문일까?

나는 지금까지 스트레스받거나 나 스스로 무언가 해소가 안될 때 어김없이 핸드폰을 바꾼다.

내가 전업주부로 살 때는 그래도 2년 약정을 하면 1년은 버틴 듯했는데 지금은 내가 일을 하고 나서 재정의 여유가 있다 보니 최근 일 년 동안 핸드폰을 6번을 바꿨다. 내가 봐도 미쳤다.


매번 바꿀 때마다 맘에 들고 오래 써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 년 사이 6번이나 됐을까...

특히 살 때마다 가장 최신형 핸드폰을 추구했던 내가 더 이상 새 모델이 없어서 나온 지 몇 년이나 지난 아이폰 미니 13을 사고 지금 매우 만족 중이라는 사실이 나조차 우습다.


우리 남편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소비도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가정의 재정관리도 다행히 남편이 한다.

그런 남편이 나와 10년을 넘게 살면서 얼마나 속이 터질까...

한 번은 남편이 그냥 차라리 다른 여자들처럼 옷을 사고 화장품을 한 번씩 사는 게 네가 핸드폰 바꾸는 거보다 돈도 덜 들고 아깝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오늘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돈을 계획 있게 사용하고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자제해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다.


오늘도 자신과 다르게 충동적 인소비 습관을 갖은 나 때문에 힘들었을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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