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중
나는 내향적이며 활동성이 적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민감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류를 중요시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여행도 가본 적 없고 내가 사는 지역을 많이 벗어나본 적도 없다.
에너지가 넘칠만한 20대에도 쉬는 날에는 집에서 누워있는 걸 제일 좋아하던 사람이다.
아이를 낳고 가정에서 전업주부로 있을 때에도
꼭 해야 하는 최소한의 활동 말고는 거의 누워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류를 통해서 정서적 안정을 찾는 나는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거보다 친밀하게 지내는 소수의 사람과 깊은 교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딱 그 정도의 에너지만 있는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은 하기 어려워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엔 힘이 부족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소개를 할 때 낯가림이 심하고 항상 소심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또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 고집만 센 줄 알았다.
어느덧 나는 40대 초중반 결혼 13년 차 17살 11살 아들 둘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요즘 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중이다.
어떻게 틈만 나면 누워만 지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늘 숨 가쁘게 살아간다.
주 5일 직장생활, 여러 소그룹 활동, 글쓰기공부, 뒤늦은 학교 생활, 그리고 엄마 아내 …등등
살아 내면서 적응해 가고 환경에 변해 가는 건지
아니면 나도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가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오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성장하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내 삶을 꾸밈없이 나누며 인연을 맺어가는 시간들이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
결국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에너지를 내가 젤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했던 사람들과 교제와 관계 속에서 다시 에너지를 채우며 힘을 얻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소심한 줄 알았던 내가 은근히 사교적이며 당당하고, 사람을 대할 때 너그러운 마음도 제법 갖춘, 까칠하고 고집만 센 줄 알았더니 서글서글하고 나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매력 있는 사람이란 걸 발견한다.
나이가 들어 40대가 되고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된다는 게 썩 나쁘거나 슬프지 않다.
내가 더 멋지게 익어가는 중임을 발견하는 오늘이 내 삶의 가장 멋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