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광안리

종종거리는 너의 발걸음

by 천천히 한걸음

북적거리는 대형마트를 서둘러 벗어나 예정 없이 광안리 바닷가를 찾았다. 초여름 오후 5시 바닷가는 어쩜 그리 모든 것이 적당 하였던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쨍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해 질 녘 밝기.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거리의 음악들. 적당히 잘 맞춰 입은 우리 세 식구의 차림새 까지. 새삼스레 세 식구의 내가. 나의 세 식구가 사랑스럽고 만족스러웠다.


부드러운 모래를 밟고 아이가 뛰기 시작한다. 부러 모래를 차 날리며 종종 거리며 뛴다.

'종종'거리며 뛰어간다. '종'과 '종' 사이 아무러 걱정도 근심도 없다.

그 발 한걸음 한걸음 사이 어쩜 그리 티 없이 맑고 깨끗함인지. 보는 나는 괜스레 시큰해진다.

저 즐거운 발걸음의 유한함을 알기에 , 지켜줄 수도 그러지도 말아야 함을 알기에


순수함이란 말 말고 다른 그 어떠한 언어의 층위로 너를 표현해 주고 싶어 오늘도 쓰고 읽는 엄마 임을 너는 알까? 너의 발걸음에 벅차오름을 , 오늘의 모래와 네가 주워 모은 조개껍질의 질감을 오늘의 언어로 남겨 놓고 싶어 오늘도 읽고 쓰는 엄마임을 너는 언젠가 알게 될까? 그때의 너의 앎이 나에게 얼마간의 부끄러움일 순 있겠구나.


새벽 1시 강아솔을 들으며 잠든 너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 엄마는 김훈도 신형철도 카뮈도 아닌

너의 엄마일 뿐이지만, 이렇게 정직하고 간절하게 너의 엄마로 읽고 쓰는 행복함을 내게 준 너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겠니? 오늘의 광안리에서 또 한 움큼의 사랑을 담아온 아가야 잘 자거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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