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는 나를 칭찬합니다.
작정하고 티브이를 보지 않게 된 지 3년 조금 넘게 된 것 같다. 티브이가 가져가는 순간 삭제되는 시간이 아깝고 미워서 독하게 티브이를 끊어낸지 3년. 나는 어느새 내 시간을 온전히 지배하는 지배자가 되었다.
그 독재는 특히 주말에 빛을 발하는데, 오늘의 일과는 특히 그러하여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다. 아니다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시간의 순서로 나의 일과를 적어 내려가 보는 것으로 자화자찬 파티를 시작해본다.
아침 9시 반 적당히 피곤한 몸으로 눈을 떴다. 엊그제 해 놓은 밥이 상태가 안 좋았는지 볶음밥 재료를 잘게 썰고 있는 남편 뒷모습을 보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켠다. 스트리밍 사이트 검색창에 '기분 좋은 휴일'이라고 입력하면 집안은 금세 밝고 경쾌한 팝으로 가득 찬다.
맛있게 완성된 볶음밥과 몇 가지 반찬이 금세 차려졌다. 소박하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 훌륭한 우리의 식탁. 우리의 아침. 늘 감사하다.
걸려온 업무 전화 1통. 좋지 않은 어투, 좋지 않은 소식과 나쁜 결과였다. 5분 정도 기분이 가라앉았으나
6분째에 정확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침 전화를 받은 장소가 베란다였기 때문이다. 그 햇살에 5분 이상 기분이 나쁜 것은 죄악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인 주말 대청소를 시작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청소의 계획과 역할을 분담하는 나와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대찬성하는 남편은 찰떡 찰떡 콩찰떡이다.
한 주간 열심히 살아온 흔적을 쓸어내고 비워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공원 나들이를 준비한다.
세수시킨 말간 아이 얼굴에 선크림을 곱게 바른다. 내 마음까지 고와진다.
통닭과 맥주 , 수박과 텐트 , 돗자리와 매우 좋음의 미세먼지 수치.
주말 낮 공원의 충분조건이다.
텐트 안 선곡으로 조용필의 바운스를 골라본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한 반복하고 싶어 지는 통통 튀는 전주 멜로디만큼이나
반복하고 싶어 지는 지금 이 순간이다.
열심히 놀고먹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씻겨 재우고 책과 노트북을 들고 앉아 집중한다.
다음 주 있을 회사 스터디를 대비하여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집중에 집중을 더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진다.
이제 그만.
해 질 녘까지 공부는 아니지.
어제 배송된 책을 들고 앉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에세이다.
편안한 단골집에 온 것 같은 익숙한 필체에 행복해진다.
그 사이 자다 깬 아이는 다시 거실로 나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자유시간의 끝이 다가옴을 알리는 알람이라고나 할까.
읽다 보니 급히 쓰고 싶어 노트북을 켜고 생각나는 대로 휘둘러 써내려 간다
망설이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듯 첫 줄을 쓰는 용기를 가지고
다음번에 고치면 된다는 위안을 담보로 오늘도 용감하게 써 내려간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나로
내가
나와
나의 사람과
나의 시간으로 반듯하고 깨끗하게 쓴 나를 칭찬하며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