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일기_7] 내 인생의 명언

실제로 들은 말들 중에요.

by 천천히 한걸음

하루에 듣는 무수히 많은 말들 중에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 앞 뒤 사정은 생각나지 않고, 그때 들었던 심정도 기억나지 않을때도 있지만

말 한마디가 콕 박혀서 매 순간 도와주러 나타날 때가 있다.


매일 많은 문장들을 옮겨적고 다시 펼쳐보기도 하지만

그런 문장들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말들이 더 바짝 와 닿는다.


생활의 순간에서 떠올라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명언 3가지를 적어본다.

(한국인의 삼세번 원칙을 나도 충실히 따르면서... 꼭 3가지로! )


1. 내가 내린 결정은 항상 옳다.

: 절친하고, 좋아하고, 두렵기도 하고 , 때론 투닥 대기도 하는 오래된 직장 상사의 말씀이다.

최근 1년 내에 들은 말 중에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커리어와 아이의 초등 1년을 두고 눈 깜빡임 한번마다 갈등했다.

결정을 내리고 공표까지 했지만 , 맘속에서 미안함과 후회가 끊임없이 들락날락했고

겉으로 티가 났다.

" 저 제자리로 다시 못 돌아오면 어쩌죠? 책상 치우지 마세요 껄껄껄"

하는 말들을 농담이랍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내뱉을 때

저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되었다.

내가 내린 결정은 항상 옳을 것이다.

남에게 맡긴 게 아닌, 주위 상황에 휩쓸려 내린 게 아닌 내가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은 옳다.

실행 과정에서 옳지 않은 그 어느 부분 또한 내가

내린 결정이기에 옳음의 한 부분이다.

마트에서 소고기 국거리를 고를 때,

아이 학원을 과감하게 한 번 건너뛰고 둘이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할 때

계속 미적지근하던 어느 사람과의 관계에서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결정할 때

모든 순간 마법같이 적용 가능 한 말이니 명언이 맞다.

내가 내린 결정은 항상 옳다.


2. 육아는 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애는 엄마 마음대로 안된다.

인생선배이자 육아 선배인 친한 언니의 말이다.

임신 때부터 온갖 육아서를 탐독했다.

삐뽀삐뽀 소아과 책에는 온갖 밑줄이 그어졌다.

긴급한 순간에 빨리 꺼내서 조치하겠다고 플래그까지 붙였다.

칼비테부터 이임숙 작가님까지 유명한 육아서 중에 내가 안 읽은 게 있었나 싶다.

독서 지도서와 영어 교육 관련 도서까지 밑줄 긋고 옮겨 쓰고 냉장고에 붙였다.

초등학교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한 달 동안 크고 작은 암초들에 부딪혔다.

아이는 장난기가 심해 선생님께 주의를 받았고, 어느 친구가 술래잡기에 끼워주지 않는다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럴 때 희한하게도 언니의 한 마디는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내 지난 노력이 무색한 것도 아니고, 아이라는 존재를 엄마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닌

개체로써 존재한다는 진리(?)에 일정 부분 기대었다.

육아는 책으로 하는 게 아니고 애는 엄마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진리


3. 엄마도 니 나이 때 외할머니한테 그랬었어.

친정엄마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왔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오는 횟수와 비례해

잔소리가 늘어 갔다.

냉장고 속 오이가 4개나 상해서 뿌연 물이 나오고 있었던 날은 평소보다 길고 긴 당부의 말씀이 이어졌다.(잔소리라고 표현하지 않아야지!)

투닥투닥 말들이 오갈 때면 엄마는 늘 이렇게 마무리했다.

엄마도 니 나이 때 외할머니가 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었는데

이제는 외할머니가 잔소리할 기운도 없으신데,

그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아냐고


상대방을 설득(?)할 때 본인의 경험과 입장 바꾸기를 대입하는 능력까지

타고난 우리 김 여사님 사랑합니다.


<오늘의 휴직단상 : 책 속에는 길이 있고, 사람들의 입속에는 나에게 주는 애정 어린 명언이 있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명언 수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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